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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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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루이뷔통, 에르메스, 카르티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 것은 18, 19세기 부르봉 왕조와 보나파르트 왕조가 프랑스를 통치할 때였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연간 360만 달러로 책정된 의상구입비를 매년 초과해서 썼다. 왕족과 귀족의 과소비 덕분에 패션산업이 일어섰다. “프랑스 패션은 스페인의 페루 금광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자산이다.” 루이 14세의 재무장관이던 콜베르의 말이다.

19세기 말 군주제가 몰락하자 명품은 유럽의 전통 귀족과 미국 신흥 갑부들의 전유물이 됐다. 상황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1980년 대부터다. 명품 업체 경영진들이 신흥 중산층을 대상으로 ‘명품의 대중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략은 두 가지, 대중적 제품 도입과 광고 공세다. 중산층도 큰 마음 먹으면 살 수 있는 가격의 제품을 출시하고 전 세계 수천, 수만 곳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그리고 수십억 달러를 들여 의도적으로 충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땀으로 뒤범벅된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디오르의 핸드백 광고와 남성 전라 사진을 내세운 이브생로랑의 향수 광고가 대표적 예다. 덕분에 명품 브랜드는 나이키 운동화나 포드 자동차처럼 쉽게 인식될 수 있었다. “명품은 나이, 인종, 지리적·경제적 장벽을 초월합니다. 우리는 부유층 훨씬 너머까지 고객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세계적인 명품 그룹 LVMH의 중역이 97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데이나 토마스 『럭셔리』).

수백만원짜리 핸드백과 액세서리를 통해 중산층이 실제로 구입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공하고 세련되고 섹시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라고 한다. 여기에 가장 취약한 것이 일본인인 모양이다. 2004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 명품 매출의 41%는 일본인, 17%는 미국인, 16%는 유럽인이 차지했다.

명품 업체들이 차기 시장으로 노리는 것은 중국과 인도다. 특히 인도의 명품 소비자는 5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2006년 명품 의류와 액세서리를 4억3400만 달러어치 구입했다. 이 수치는 2010년이면 8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패션잡지 ‘보그’의 인도판 8월호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남루한 빈민들이 고가의 명품으로 치장한 화보를 16장이나 실은 것이다. 보그 측은 “패션은 더 이상 부자의 특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는 ‘충격적인 광고 캠페인’ 전략의 인도판이 아닐까.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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