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젊은이들이 극단'오마니' 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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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북한에도 뺑소니차가 있고 그 곳 젊은이들도 데이트하면서 키스합니다.한국 개그맨들이 방송에서 쓰는 「~입네까」하는 말 다거짓이에요.북한에선 그런 말 안씁니다.가식없는 연극무대를 통해우리 부모.형제들이 살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북한에서 귀순한 10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극단을 창단,연극을 통한 「북한 바로 알리기 운동」에 나섰다.극단 이름은 「오마니」.현재 동아건설에 근무중인 이상윤(33)씨를 비롯,정성산(27.동국대 연극영상학부 1년.95년 귀순).임정 희(31.한국통신 사원.89년 귀순)씨등 25~35세 젊은이들로구성된 귀순자들이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이 극단 결성을 의논해온 것은 지난 3월부터.북한에서의 경력도,현재 각자 가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귀순을 통해 그동안 심각하게 느껴온 남북한의 이질감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며 뜻을 모았다.연극무대를 통해 북한의 풍습과 세태,윤 리관과 가정관등을 꾸밈없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
오는 17일 정식으로 창단식을 갖는 이들은 8월 창단기념작으로 『아버지의 땅』을 무대에 올릴 예정.인민군 2군단 선전대 작가겸 연출가로 일하다 귀순한 정성산씨가 최근 희곡을 완성,지난주부터 서울가양동 생활복지관 대강당에 모여 연습 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땅』은 북한의 신발공장에 다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귀순 전.후기를 다룬 내용으로 북한에서의 사랑,귀순 후의 소외감,실망등의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연출을 맡은 정씨는 『귀순자들의 가슴 밑바닥엔 북녘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아픔으로 켜켜이 쌓여있다』며 『북한의「오마니.아바지」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겠다는 뜻을 담아 극단이름을 「오마니」로 지었다』고 말했다.
현재 공연장을 물색중인 이들은 8월15일 통일전망대.임진각 등지에서의 특별야외공연을 고려하고 있으며 수익금으로 경로잔치를열고 귀순자 생활복지기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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