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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로고의 ‘정치학’ - 소나무 vs.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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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로고는 각 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의 심볼이다. 당 로고는 당시 처해있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국민과의 호흡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최근 소나무로 당의 로고를 삼은 민주당의 경우도 그 예 중에 하나다. 윤호중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금강송이 오래 자라면 500년을 살고 목재로 쓰인 후에도 500년 이상 질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100년 정당’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에 뿌리를 둔다. 4년도 채 수명을 다하지 못한 뼈아픈 기억을 로고에 반영하는 듯 하다.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포스터에 상징 동물로 황소가 새겨져 있다. [중앙일보DB]

◇소나무=민주당의 로고는 진녹색 금강송을 형상화한 것으로 수묵화가 이호신 화백의 그림을 사용했다. 소나무는 장수, 기개, 성실, 지조, 생명 등을 상징하고, 녹색은 통합과 소통, 균형, 조화, 성장, 안정, 평화, 번영을 의미한다. 10년 만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은 ‘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이분법적인 의미로 ‘민주당은 국민 편입니다‘라는 슬로건을 함께 썼다. 정세균 대표는 로고 발표회에서 “소나무처럼 쭉쭉 뻗어가고 꿋꿋하고 든든하게 국민의 옆에서 사랑과 신뢰를 받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민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사람을 주요 테마로 활용했다. 민주노동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물결 무늬 위에 두 개의 원이 그려진 로고를 사용중이다. 두 개의 동그라미는 두 사람의 머리를, 물결 모양은 팔을 상징한다. 노동자 ㆍ 농민 ㆍ 빈민 ㆍ 중소상공인 ㆍ 학생 ㆍ 소수자 등 ‘일하는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측면에서 보면 사람이 앞뒤로 팔을 흔들며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로고는 2000년 제작돼 8년간 사용된, 현 정당 로고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창조한국당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사람을 강조했다. 창조한국당은 태극을 품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전구 모양처럼 생긴 디자인은 사람의 두뇌를 연상시킨다. 창조한국당은 이에 대해 “햇살이 퍼져가는 태양의 모습 또는 희망을 상징하는 씨앗의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로고를 제작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ㆍ희망ㆍ국민행복의 ‘ㅎ’자를 형상화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인간의 힘찬 도약을 로고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빨간색은 태극의 역동성과 한민족의 통일의지의 적극적인 표현이며 파란색은 안정속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상징한다는 것이 한나라당 측의 설명이다.

자유선진당은 자유, 시작, 출발의 상징인 펄럭이는 깃발을 소재로 로고를 만들었다. 이 깃발은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나란히 팔을 펼치고 전진하는 구성원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물 로고=대선 정국인 미국의 경우 주요 만평엔 당나귀와 코끼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매케인 후보의 공화당은 코끼리, 오바마 후보의 민주당은 당나귀가 각각의 당 로고이기 때문이다. 평화로움의 상징인 동시에 무리를 지으면 무서울 것이 없는 코끼리와 폴짝폴짝 뛰면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자유분방한 당나귀는 각 당의 정체정을 대신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당을 상징하는 동물로 개가 등장할 뻔 했다. 자유선진당은 ‘집을 지키고 주인에게 목숨을 바치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본뜨는’ 의미에서 개를 상징화하려 했지만 자칫 국회가 ‘개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대선 당시 공화당 박정희 후보는 황소를 대선 포스터에 넣어 ‘황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유세했다. 박 후보 유세장엔 ‘새 일꾼에 한 표 주어 황소같이 부려보자’는 현수막이 붙었고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너무 추상적”=당의 로고는 간명하지만 확실한 아이콘으로 국민의 뇌리에 남아야 한다. 박선숙 홍보미디어 위원장은 민주당의 로고를 설명하면서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등 국내 정당 로고의 공통점은 ‘기호화’이지만 외국 정당은 구체적 형상을 많이 사용했다”며 “기호와 형상의 차이는 의사소통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화당ㆍ민주당 이외에도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일본 자민당 등 주요 선진국의 정당은 구체적인 사물을 당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 PIㆍCI 디자이너 정신영씨는 “추상적인 로고보다는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지방선거 등 선거철에도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로고를 활용하면 그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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