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대통령의 외교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통령선거를 둘러싸고 미국내 관심이 높다.빌 클린턴대통령은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재선을 은근히 지지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대(對)러차관 주선에 앞장선 바 있다.옐친대통령의 개혁작업이 러시아국민들의 전 폭적 지지를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과거 공산당정권에 대한 향수(鄕愁)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호소하는 겐나디 주가노프에 비할 바 없는 대안으로 옐친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이스라엘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이 지지하던 시몬 페레스총리가 낙선하자 러시아선거를 보는 미(美)행정부에 긴장감이돌기 시작했다.중동평화를 재선가도에 외교적 업적으로 부각시키려던 애초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러시아 선거 결과가 또 한차례 예측에서 벗어날 경우 가뜩이나 공화당 봅 도울후보로부터 「경솔한 외교스타일」을 두고 책잡혀 있는 마당에 수세(守勢)에 몰릴 것은 눈앞에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주말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지는 일제히 클린턴행정부의 대러시아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스트로브 탈보트부장관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뉴욕타임스지 편집인,러시아전문가,클린턴대통령과 대학원당시 기숙사동기생 등 탈보트부장관의 전문성과 함께 클린턴과의 친분을 강조한 기사였다.
러시아선거에서 옐친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미국의 대러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안게되고 그 책임은 다분히 탈보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보도도 곁들여졌다.그만큼 탈보트의 간여도가 압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러정책은 그에 대한 클린턴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탈보트는 자신이 현직에 있게 된 것은 『우연찮게 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 로드 스칼러로 대학원생활할 당시 클린턴과 한방쓰던 인연으로 가능케 된 운명같은 일』이라고 말한다.그러나 나이도 비슷한 두사람이 탈냉전시대 미국의 대외정책 뿐아 니라 세계질서 재편과 관련,가장 중요한 사안인 러시아의 장래를 요리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개인적 만남의 결과라고 하기엔 간단치 않다. 물론 미행정부의 대러정책이 탈보트 한사람의 견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대통령이 신뢰하는 한 전문가의 견해가 국가의 중요정책을 만들어가며 대통령의 신뢰가 책임있는 정책에 무게를 실어주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대통령의 외 교스타일이라고 치부하며 넘기기엔 아까운 대목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자기 앞가림하기에 여념없는 우리사회의 여러 후보들에게도 평소 주변 전문인들과의 교분(交分)을 통해 앞날을 대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들이다.
길정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