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신세대 속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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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전 한 일본신문에 흥미있는 기사가 실렸다.최근 2~3년 일본에서 남성용 속옷패션이 큰 변화를 보여 남성팬티의 「상식」이던 앞트임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일본의 한 내의(內衣)회사는 20~40대 남성 2백35명에 대한 앙케트를 실시했다.20대의 경우 앞이 막힌 팬티를 입는 사람이 53%였다.이에 비해 30대 61%,40대 85%가 앞이 트인 팬티를 입는다고 응답했다.20 대가 앞이 트인 팬티를 싫어하는 주된 이유는 「패션감각에서 뒤지기 때문」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겉옷과 속옷의 구분이 없었다.로브와 토가는 겉옷겸 속옷이었다.중세에 들어와 유럽인들은 북방민족의 영향을 받아 속옷을 입기 시작했으며,르네상스시대에 들어와선 장신성(裝身性)이 강조된 정교한 형태로 발전했다.여성의 경 우 겉옷의 미를 살리는 코르셋과 파딩게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속옷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은 19세기 들어서다.사람들은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을 불결하다고 생각했다.당시는 세균의 존재가 처음 밝혀진 때라 세균이 우글거리는 공기중에 얼굴외신체의 다른 부분을 노출하기를 두려워했다.색깔은 거의 흰색이었고,풀을 먹여 살갗이 아플 정도였다.그러나 1860년께부터 여성의 속옷이 갖는 매력이 강조되기 시작,실크가 속옷의 소재(素材)로 쓰이게 됐다.
20세기 들어와 속옷은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치마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코르셋은 허리부분만을 감싸는 형태로 축소되고,대신 가슴을 받쳐주는 브래지어가 등장했다.특히 제2차 대전후 화학섬유가 개발돼 스트레치실로 짠 신축성있는 소재가 나 옴에 따라 보다 기능적인 속옷들이 출현했다.
최근 패션에선 속옷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속옷을 잘 입어야 겉옷 맵씨도 살아나는 시대다.첨단소재.파격적 아이디어를 이용한기발한 속옷들이 등장하고 있다.특히 젊은층 남성들의 속옷이 화려해지고 있다.학자들은 이를「공작(孔雀)혁명」이 라 부른다.
우리나라도 남성속옷의 「패션시대」를 맞고 있다.색상.무늬가 화려하고 디자인도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가격도 겉옷 못지 않게 비싸다.한여름 더위가 성큼 다가온 요즘 삼베.무명 속옷으로 여름을 보내던 옛날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 世之感)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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