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떠도는 ‘핫머니 중국 공격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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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머니(hot money·중국어 ‘熱錢’)의 공격이 시작됐다.”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됐던 이달 8일과 그 다음 개장일인 11일, 상하이 주가가 무려 10% 가까이 폭락하자 일부 언론에서 ‘서방 음모론’이 제기됐다. 서방이 중국 내 핫머니를 이용해 베이징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근거도 제시됐다. 외국인들이 8월 1일부터 7일까지 상하이 한 증권사에서 QFII(공인외국기관투자가) 자금으로 매입했던 8억 위안(약 12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통계였다. QFII의 움직임은 곧 핫머니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논리였다. 8, 11일 이틀 동안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 B주 가격이 약 16%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그러나 서방 음모론은 곧 반대론에 부닥쳤다. 8월 초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약 800억 위안. 1일부터 7일까지(휴일을 제외한 5일) 약 4000억 위안이 거래됐다고 볼 때 8억 위안은 주가에 영향을 주기에 턱없이 작은 규모였기 때문이다. 그후 서방 음모론은 자취를 감췄다.

서방 음모론은 중국이 핫머니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핫머니는 오리무중, 소문만 무성하다. 심지어 핫머니의 정의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

핫머니 규모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은 최고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체 외환보유액(1조8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외환보유액 증가분에서 해외직접투자(FDI)와 무역흑자를 뺀 금액으로, 크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대체적으로 3000억~5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과연 핫머니가 중국 증시와 부동산시장에서 급속히 이탈,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보다 과장된 얘기’라는 입장이다. 투기성 자금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가파르게 진행된 올 1월 이후 집중적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당시 주가와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중신(中信)투자 시장분석가인 천샹성(陳祥生)은 “주식·부동산시장에 유입된 핫머니는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류진허(劉金賀) SERI차이나 연구원은 “엄격한 중국의 외환관리체계로 볼 때 외국 자금이 대규모로 동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다”며 “중국에 들어온 돈은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가 은행예금으로 예치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와 환율을 감안할 때 중국계 은행에 예금을 넣어두면 연 12~14%의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홍콩의 중국계 은행이 유력한 통로로 지적되고 있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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