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독일 맥주 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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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모닝커피 대신 모닝맥주를 마시는 나라.
맥주애호가라면 한번쯤 해봄직한 이런 상상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돼있는 나라가 독일이다.타키투스의 역사서 『게르마니아』에 따르면 게르만인들은 기원전 1세기무렵에 이미 맥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그래선지 현재 독일에는 맥주 회사만도 2천5백개나 된다.맥주종류도 수없이 많지만 필스(Pils)가 가장대중적이고 검은색의 둔클레스도 인기가 높다.알콜도수가 약한 말츠비어도 있고 훈제맥주인 라우흐비어도 찾는 이들을 기다린다.
맥주가 우리 생활문화의 일부분이기에 맥주기행은 잠시도 지루한감이 없다.우리나라 술도 지방마다 각각의 특색을 갖듯 독일맥주도 마찬가지다.독일맥주는 특히 지방색이 강해 2천5백개의 맥주회사는 저마다 다양한 양조기술을 갖고 있다.
독일최대의 맥주 생산도시인 도르트문트에서는 각종 맥주를 만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고 많이 선호되는 것은 북부독일의 명품맥주인 필스너다.
독일어로 라게른(lagern)은 「저장하다」라는 뜻.이른바 라거맥주가 여기에서 비롯된다.필스너도 저온에서 숙성,발효시킨 라거맥주에 속한다.아무리 뛰어난 원료를 가졌어도 오랜 경험에서터득한 저장기법이 따르지 않으면 허사다.
독일 맥주기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뮌헨이라고들 말한다.직접 가보면 그 강렬한 느낌에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뮌헨에서도 뢰벤브로이의 켈러는 정통맥주의 참맛을 볼 수 있는 명소다.
맥주잔을 들고 있는 사자동상을 보며 「맥주역사의 산실」이라 불리는 뢰벤브로이 공장으로 향했다.「브로이 마이스터」라 불리는맥주 장인(匠人)들을 위한 숙소까지 마련돼 있다.그러나 브로이마이스터를 단순히 우리말 「장인」으로 표현하기 에는 좀 모자람이 느껴졌다.그 권위와 자부심에 있어 오히려 「인간문화재」에 비견될 정도였다.
여행중에 쌓인 피로는 뢰벤브로이 맥주 한잔으로 다 씻긴다.간단한 식사에서부터 주식까지 될 수 있는 정통독일 흰 소시지를 맥주에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독일의 기후는 맥아용 보리와 호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자랑한다.여기에다 독일의 물은 석회질이 너무 많아 그냥 마시기는 어렵다.그래서 그들은 물 대신 마실 수 있도록 맥주만들기에온 정성을 기울여야만 했다.
마실 물을 빚는 일이니 발효기술도 역사와 함께 발달했다.맥즙을 좋은 맥주로 발효시키고 숙성시키기 위해 옛날에는 땅 속에 굴을 파고 발효통을 저장했다.지금은 이같은 시설이 현대화돼 당시 쓰던 저장시설들은 맥주집으로 개조돼 시내 곳곳 에 남아있다. 독일에서 맥주교황이라 불리는 바이엔슈테판대의 돈하우저 교수는 『맥주는 맥아의 품질과 발효.숙성과정에서 맛이 결정된다』고설명했다.
독일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한해 한번 폴크스페스트라는 맥주축제가 열린다.동네주민들이 모두 모여 경쾌한 음악과 함께 동네 맥주공장에서 빚은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것이다.독일 맥주여행은 술기운이 아니라 맥주의 매력에 취해 얼마간은 깨어 나지 못할 것 같은 여운을 남겨준다.
뮌헨=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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