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시민단체들 용천 돕기 팔 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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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지사에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재민들에게 보낼 구호품을 준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평북 용천역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 사고의 피해 소식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국내 시민단체들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용천 주민들을 위해 모금운동과 구호물품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의료진을 현지에 급파하는 계획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용천동포돕기본부' 설립 추진='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5일 해외의 한 시민단체를 통해 전달받은 북한 '조선압록강무역회사'의 직인이 찍힌 팩스를 공개했다. 이 팩스에서 북측은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명세를 통보합니다"며 포도당.페니실린.지혈제.붕대.의약솜 등의 규격과 수량을 적어 지원을 요청했다. 북측은 이어 "의약품 요청에 관한 문건은 평안북도인민위원회의 이름으로 확인한다"며 "귀사의 인도주의적 조치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월드비전.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굿네이버스 등 30여개 대북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상임대표 姜汶奎, 이하 북민협)는 의약품.구호식량.시설물 복구 장비 등을 이번 주 중 중국 단둥(丹東)을 통해 전달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북민협은 24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실무진을 평양으로 보낸 데 이어 25일 굿네이버스 실무자들을 단둥으로 급파했다. 이들의 현지조사를 토대로 북측과 화상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와 시술팀 파견, 사고 복구를 위한 장기구호대책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북민협은 또 27일 기독교자선구호단체인 인터내셔널 에이드 코리아(IAK)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용천역폭발사고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 설립을 제안할 예정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홍상영 부국장은 "긴급 지원이 필요해 북한 지원단체들이 모두 뭉쳤다"며 "단체 재원을 활용해 이번 주 단둥에 30만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북민협과 별도로 북한 용천에 긴급의료구호팀을 급파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사전조사팀을 단둥으로 보냈다. 긴급의료구호팀은 한동대 선린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약 15명으로 구성되며, 현지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단둥을 거쳐 용천 지역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 단체의 최부수 국제사업본부장은 "국제기아대책기구에도 긴급 협조 요청을 보냈으며 국내 후원자와 교회.기관이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도 26일 의협.병원협.한의사협.간호사협 등과 북한 현지 구호 활동에 대해 협의한 뒤 50~100명선의 의료진을 북한 현지나 단둥에 파견하는 문제를 결정한다.

◇적십자사.기업 동참=대한적십자사는 26일 컵라면 4200박스, 생수(1.8ℓ) 1만개, 담요 3000장, 응급구호세트 3000개 등 4억5000만원어치의 1차분 구호물자를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북부 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북한이 구호물자 접수를 원할 경우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서다. 한적은 또 용천재해지원대책본부를 설치해 기업.단체.개인 등으로부터 각종 성금과 물품을 접수하고 있다. 대형 참사가 보도된 뒤 대책본부에는 성금.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민간기업과 개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적은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26일부터 5월 2일까지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바자를 연다. 판매 수익금(3000만원 추정)과 자체 기부금 7000만원을 합쳐 총 1억원을 한민족복지재단에 기탁, 신의주 제일병원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철재.고란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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