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토니 리치'워즈'-리듬 앤드 블루스 서정적 편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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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리듬 앤드 블루스(R&B)를 팝음악 최고의 장르로 올려놓은 인물로 베이비 페이스를 꼽는다면 그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인물로토니 리치(사진)를 추천하는데 주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R&B에 대해 차츰 식상해질 만도 한 이즈음 토니는 흑인의 음악인 R&B를 더욱 백인들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 냄으로써 커다란 찬사를 받고 있다.
플래티넘을 기록한 그의 첫 싱글 『노바디 노우즈』는 특유의 단정한 멜로디와 인상적인 코러스 하모니로 인해 팝과 R&B중 어느 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된 편곡을 자랑하고있다.이는 백인은 물론 우리 동양인들의 감성에도 잘 부합되는 매우 서정적인 곡이다.
여섯번째 수록곡인 『리빙』역시『노바디 노우즈』처럼 우리의 정서에 잘 맞는 팝스타일 R&B곡으로서 들어봄직하다.최근 싱글커트된 세번째 수록곡 『라이크 어 우먼』은 서정적 멜로디보다 다소 펑키한 느낌의 연주를 바탕으로 질질 끄는 듯한 셔플리듬의 소울창법이 매력적이다.
첫 싱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곡으로서 차트상의 인기향방이궁금해진다.이 앨범은 토니의 출중한 실력과 화려한 경력에 비춰볼 때 다소 불만스런 점도 없지 않다.그가 연주에서 작사.작곡.프로듀스.편곡 및 노래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모두 감당해내는천재적 실력가란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하지만 보이즈 투 멘의『아이 시트 어웨이』나 R&B계의 또다른 샛별 토니 브랙스턴의히트곡 『유 민 더 월드 투 미』,여성트리오 TLC의 히트곡 『레드 라이트 스페셜』 등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감각이 이번 앨범에서 그리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베이비 페이스나 R 켈리 같은 명프로듀서들의 음악보다 쉽고 서정적인 R&B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만 중요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백인의 음악인 팝과 흑인의 음악인 R&B 사이에 근사치의 등식을 증명해 낸 대중음악사에 있어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도 싶다. 평점 ★★★★(5개만점).
글:이효영(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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