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꺼진 중국증시 … 팔아 말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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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국이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땄듯 중국 증시도 다이빙으로 금메달을 땄다.”

중국 씨틱-PCA의 데이비드 유 자산운용본부장이 27일 중국 증시 관련 유머라며 전한 말이다. 지난해 고점 대비 60% 넘게 빠진 중국 증시의 하락폭이 세계 최고라는 의미다. 문제는 입수한 선수가 여전히 물 밖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와 증시 주변 여건상 주가 조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다림에 지친 중국 투자자는 물론 한국의 펀드 투자자도 하나 둘 시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성장 둔화, 물가 상승=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국 안팎에서 올림픽 이후에 대한 걱정이 컸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올림픽이 끝나면 투자가 주춤하면서 경제 전반이 고꾸라질 것이란 우려였다. 지금까지는 도로나 공장 등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20% 이상씩 늘려온 덕에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이후에도 투자는 계속된다고 주장한다. 쓰촨 지진피해 복구, 전력설비와 고속철도 증설 등 투자계획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증권 김경환 연구원은 “전체 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투자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장 설비투자 감소로 이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베이징 등 10대 도시의 부동산 거래는 41% 하락했다. 올 들어서만 중소기업 6만5000여 개가 도산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 침체의 여파로 수출까지 둔화되는 양상이다.

소비도 정부 기대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림픽 이후 소비 심리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감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0%나 뛰는 등 물가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증시 부양책은 나올까=중국 정부도 최근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출업체에 대한 환급세율을 11%에서 13%로 늘리고 중소기업 대출한도도 10%가량 늘려줬다. 굿모닝신한증권 리우지에 연구원은 “이런 조치들은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주가가 오를 만하면 발목을 잡아온 비유통주 문제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거래세 인하와 매수 여력 확충을 위한 펀드 증설 방안도 논의만 될 뿐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한화증권 중국분석팀 조용찬 부장은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보다 경제 펀더멘털 강화 쪽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화끈한 증시 부양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내 펀드 자금도 빠져=주가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국 내 투자자도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달 A주 시장에서 새로 개설된 증권계좌 수는 지난해 증시가 피크였을 때의 10%에 불과한 3만 개에 그쳤다. 현대증권 최 연구원은 “실망한 개인투자자가 거래를 외면하면서 기관끼리 주고받는 기관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개설된 중국 펀드 자금도 줄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펀드에서 처음으로 1051억원이 빠져 나간 데 이어 이달에도 26일까지 2300억원가량이 순환매됐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지난해 초 가입해서 아직 수익이 나고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더 빠지기 전에 이익실현을 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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