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유치 與野 손익계산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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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드컵이 여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월드컵 열풍으로국민적 관심이 야당의 장외투쟁에서 비껴나 있기 때문이다.반대로월드컵은 야당에는 「불효」하고 있는 셈이다.그래서 월드컵 유치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여야의 손익계산도 간단 찮다.신한국당 이재명(李在明)조직위원장은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 야당도 국회에 안들어오고는 못배길 것』이라고 장담한다.원유철(元裕哲)부대변인도 『성공의 축제분위기 속에 장외투쟁은 호소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신한국당이 냉 수라도 떠놓고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고 싶은 것은 월드컵이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는 만사를 제쳐놓고 취리히로 달려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당은 일단 월드컵에 국민관심이 쏠린 이상 유치에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크게 불리할게 없다고 본다.국민적 실망이 반일(反日)감정으로 이어질지 모르고,그것은 국회개원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희석시킬수 있다고 보기 때 문이다.위험한 발상이고 단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야당은 월드컵 자체에 큰 정치적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태도다.다만 유치에 성공한다 해도 싫은 내색을 할 수없다는 고충이 있다.그같은 입장은 관계자의 언급에 여실히 배어있다. 국민회의 설훈(薛勳)수석부대변인은 『유치에 성공해도 축제분위기는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면서 『정치적 문제는 다시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며 장외투쟁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드컵 유치에 실패하면 여권에 큰 부담이라고 보고 있다.그것은 이홍구대표가 월드컵유치 명예위원장이기 때문에 실패의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이미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월드컵 유치기원 서한까지 보내놓은 마당에 만약 유치에 실패한다면 여당에 책임을 전가할 생각을 하고 있다.즉 정부가 국민적 관심을 극도로 고조시켰다는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자민련도 국민회의와 같은 전망을 하고 있다.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월드컵은 월드컵이고,정치는 정치』라고 잘라 말했다.
월드컵 유치의 약효가 그리 오래 못갈 것이란 것이다.81년의 88올림픽 유치도 결국 국내 정치문제와는 별개의 축제였다는 것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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