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궤도 오른 저밀도 재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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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 저밀도지구 가운데 사업이 가장 더딘 주공1단지. 최근 사업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5대 저밀도지구가 주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태풍의 눈'으로 재등장했다. 최근 일반분양을 한 잠실주공 4단지의 뒷바람으로 강남권 일대의 집값이 꿈틀거리자 저밀도지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저밀도지구는 입지여건이 좋고 대단지여서 사업 추진과정에 따라 주변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 2002년 4월 도곡주공 1차가 청담.도곡지구에서 첫 일반분양을 하면서 분양가를 높이자 주변 집값이 급등했다. 최근에는 송파구 일대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다. 서울 3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잠실주공 4단지가 평당 2000만원에 이르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3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자 인근 저층아파트는 물론 강남권 집값까지도 뜀박질했다.

문제는 앞으로 저밀도지구에서 분양할 단지다. 올해 일반분양에 나설 개나리 2.3차, 도곡주공 2차, 잠실주공 2단지 등 쟁쟁한 아파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권순형 팀장은 "저밀도지구의 일반분양이 본격화하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며 "주택거래신고제로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저밀도지구 일반 분양가에 따라 집값이 출렁거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잠실지구 분양 봇물=지하철 2호선 신천역 주변 주공1~4단지와 성내역 인근 시영아파트 등 2만1000여가구로 이뤄져 있다.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사업추진이 본 궤도에 올라 2008년이면 2만5000여가구의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주공4단지(2130가구)가 이달 초 분양했으며 주공2단지(4450가구).3단지(3280가구).시영(6000가구)은 이주.철거 단계다. 사업이 가장 늦은 주공1단지(5390가구)도 최근 사업승인을 받았다.

일반분양 시기는 3단지가 상반기(416가구), 2단지(1000가구)가 연말로 잡고 있다. 2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많아 주목을 끌고 있다.

◆청담.도곡지구는 공사중=삼성.역삼.도곡동에 걸쳐 13개 단지로 이뤄져 있다. 모든 단지가 사업승인을 받았으며 역삼동 영동주공1~3차, 개나리 1~3차 등 절반 이상은 일반분양을 마치고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동 단지들은 상가 조합원과 합의 문제로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사업성이 가장 좋은 단지는 도곡주공 1.2차다. 빼어난 입지여건과 학군으로 저밀도지구 중 최고가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도곡주공 1차를 재건축 중인 도곡렉슬 분양권은 주변 집값을 움직이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연내 일반분양 예정인 도곡주공 2차 13평형도 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걸림돌 제거 나선 반포지구=저밀도지구 중 사업추진이 가장 더디다. 8개 단지 중 4곳만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사업승인이 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반포주공 1단지 일부는 재건축을 아예 추진하지 않고 있다.

반포지구의 재건축이 진통을 겪는 것은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때문이다. 다른 지구보다 기존 평형이 커 이 비율을 지키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상당수 조합원들이 작은 평형을 배정받게 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신축 가구 수를 당초 계획보다 10% 늘려 1만4100가구까지 짓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건설교통부에 의해 무산됐다. 조합들은 서류를 보완해 가구 수 증가를 다시 요청할 방침이다.

◆주변 개발 붐에 고무된 화곡지구=이 지역은 저밀도지구 중 가장 먼저 재건축 추진을 했으면서도 상가 조합원 동의 등의 문제로 큰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이웃한 발산.마곡지구 택지개발과 지하철 9호선 공사 등의 기대감이 다시 부각되면서 재건축 추진이 빨라지고 있다.

화곡지구는 3개 주거구역(주구) 5600여가구로 이뤄져 있는데 7200여가구의 새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해 1월 화곡지구에서 가장 먼저 일반분양을 한 1주구 현대홈타운은 분양권 값이 평당 1300만원을 넘어섰다. 주공2단지와 양서3단지가 합쳐진 2주구(2030가구)는 24~43평형 2543가구로 신축하는데 사업승인 신청 단계다. 우신 등 3개 조합으로 구성된 3주구는 일부 조합만 설립인가를 받았는데, 연합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암사.명일지구는 막바지 단계=저밀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작지만 사업추진은 막바지 단계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동서울아파트가 일반분양돼 오는 8월 입주한다. 강동시영 1, 2단지는 지난해 사업승인을 받아 이주 중이다. 이주가 빠른 2단지가 먼저 일반분양할 것같다. 이 지역은 이웃한 고덕주공의 재건축 추진에 따라 시세가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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