消保院등 올40여건 피해사례 접수-병만드는 건강기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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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당뇨병환자 李모(55.회사원.서울동작구사당동)씨는 최근 혈당을 조절해준다는 방문판매원의 설명을 믿고 저주파치료기를 20만원 주고 구입했다.이 기기를 매일 발에 붙여 사용하던 李씨는 과다한 전류가 흘러 화상을 입은뒤 염증이 심해져 끝내 발가락 하나를 절단해야 했다.李씨는 『형식승인 표시는 물론 사용설명서에 부작용.주의사항 표기도 없었다』며 『당뇨병 치료에 큰 효험이 있다고 해 구입했는데 오히려 발가락만 잃게 됐다』며 분개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2~3년간 건강의료기기 시장이 해마다 20%씩 성장,현재 20만대 이상의 의료기기가 가정에 보급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그러나 안전 검증이 안된 조잡한 의료기기가 아무런 제재없이 시중에 나돌면서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좌골신경통을 앓는 金모(60.주부.서울서초구서초동)씨는 석달전 30만원을 주고 적외선치료기를 통신판매로 구입했다.金씨는 이 기기를 허리부위에 쬐다 피부가 깊숙이 벗겨지는 2도 화상을입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또 아들로부터 자동안마기를 선물받은 崔모(72.서울성동구행당동)씨는 신경통 때문에 무릎에 사용하다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소비자보호원에는▶적외선치료기에 의한 화상.피부염 10건▶저주파 치료기에 의한 부작용 7건▶안마기에 의한 탈골.골절 9건등올들어 불량 건강기기에 의한 피해사례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서울YMCA에도 비슷한 사례가 10여건 접수됐 다.
이같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전류.주파수를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반드시 안전성 여부에 대한 형식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단속이 허술한 틈을 타 대부분 승인절차 없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미국.유럽 등지에서 수입된 의료 기기는 국내임상실험도 없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S.P사(社)가 수입.판매하는 저주파치료기엔 형식승인표시나 주의사항이 없었고 설명서에는 「각종 근육통.신경통 완화」로 만병통치기기인 것처럼 효능만 표시돼 있었다.
이에대해 연세대 의대 김덕원(金德源.의용공학과)교수는 『저주파.적외선 치료기는 피부질환자에게 심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며 『안전성 여부가 학계에서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므로 특히 노약자.임산부는 사용을 삼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보호원측도 『통신.방문판매의 경우 의료기기가 만병통치기인 것처럼 과장광고가 많으므로 형식승인 여부와 부작용.주의사항을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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