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산타나 "라틴 록"-힘.열정이 빚어낸 신들린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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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난 22일 서울 올림픽공원내에 있는 88잔디마당에서는 열정과 힘이 넘치는 무대가 펼쳐졌다.그 열정적인 무대의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의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그는 69년 무명시절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영혼의 희생』(솔 새크리 파이스)을 연주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이래 약30년간 이른바 「라틴 록」의황제로 군림해오고 있는 기타의 거장이다.
그의 라틴 록은 즉흥적이고 서정적인 기타연주가 쿠바와 살사리듬을 섞은 복잡한 리듬의 타악기군 혹은 블루스및 재즈적인 방식의 오르간 연주에 의해 지탱되는 구성을 기본으로 하는데,이날 연주에서는 특히 리듬 파트가 강조됐다.
야외에 자리잡은 탓으로 여느 무대와 달리 매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시작됐고 신들린 듯한 타악기 주자 3명의 연주는 그 분위기를 상승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관객들은 열정적인 리듬 파트를 배경으로 신들린 듯 기타를 퉁기는 산타나의 모습을 보면서 저마다 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거의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양된 리듬과 기타 음색으로 관객과 무대의 경계는 점차 무너졌는데 그것은 산타나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그는 제3세계권(특히 아프리카) 에선 「해방의 메신저」로 추앙받는 레게음악의 대가 보브 말리를 인용하기도했다. 산타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을 허물어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다시 열정적인 리듬을 이끌어갔다.그 광기에 가까운 리듬이 최소한 산타나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했다.
특히 「리듬」이라면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우리 민족에게는 더욱 그랬을 법하다.
그는 소박하고 순수했다.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록 아티스트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인간미가 느껴졌다.
『징고』『블랙 매직 우먼』『삼바 파티』등 대표곡을 망라해 들려준 그는 마지막 곡으로 역시 자신의 대표곡 『유로파』를 택했다. 성기완<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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