釋誕日 맞춘 새佛書 책방마다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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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24일은 부처님 오신 날.사바의 번뇌를 떨치고 해탈한 지혜와 세상 미물(微物)하나에도 애정을 쏟는 자비를 되새긴 날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뒤로 출판가에 부처의 일생과 고승들의 행적,그리고 스님들의 명상에세이및 새로운 불경 번역 등 다양한 종류의 불서(佛書)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삶의 내면에서우러나오는 진여(眞如)의 소리를 담고 있는 이 책들은 굳이 불자(佛子)가 아니더라도 숨가쁜 생업에 물린 현대인들에게 참되고여유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일깨워준다.
우선 시공사는 불교총서 시리즈로 『고타마 붓다의 생애』(EH브루스터 편저)와 『붓다의 옛길』(피야닷시 지음)등 두권을 내놓았다.인도철학의 하나로 출발한 불교가 종교로 자리잡는 과정에서의 변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자는 취지.『고타마 …』는 부처의일생에 대해 믿을 만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팔리어경전을 발췌한 책.
부처를 둘러싼 신비를 벗기면서 인류에게 자비를 베풀며 한 시대를 스쳐간 인물로서의 부처를 조명한다.『…옛길』은 부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해설한 이론서.불교의 핵심개념인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와 정견(正見).정사유( 正思惟).정어(正語).정업(正業).정정진(正精進)등 팔정도(八正道)를 쉽고 깊이있게 안내한다.문학수첩이 펴낸 『자타카』(서희건 엮음.
전2권)는 들돼지.도마뱀.도둑.왕 등을 거쳐 성불한 부처의 전생(前生)을 우화.동화로 재구성했다.제 목은 이승에 태어나기 전까지의 삶을 가리킨다.스님들의 에세이는 눈앞 현실에 허둥대는우리들의 현주소를 반성하게 한다.고정독자가 많은 법정스님의『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샘터)는 특유의 투명한 문체로 물질적인 풍요에 파묻혀 환경 을 훼손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지론인「무소유의 삶」의 연장에서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분별하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25년여동안 국내외를 돌며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온 법륜스님의『그냥 살래? 바꾸고 살래?』(모색)는 마음과사회구조의 동시 변혁에 따른 중생구제를 설파한다.
14세에 출가,10여년의 수행을 거쳐 효행상 제정.경로잔치.
자연보호에 앞장서온 안혜자스님은 『사람노릇 하고 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일출)에서 베풀고 나누는 삶의 행복함을 제시한다. 불교문학 포교원 원장 문혜관스님의 시집 『번뇌,그리고 꽃』(들꽃사랑)도 세속의 명리를 멀리하는 허심자(虛心者)의 고운 심경을 알알이 드러낸다.또 한.중.일 고승 90명의 오도송(悟道頌)을 모은 『저마다 깨친 인연이 있었네』(우리출 판사.김원환 지음)도 눈.코.귀.입 등 오감의 한계를 넘어 초월의 세계로 입적한 선승들의 수행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불경으로는 일본 불교전도협회에서 발간한 책을 석해운스님이 번역하고 영한대역으로 엮은『불교성전』(현암사)이 눈에 띈다.국경과 인종을 넘어 2천5백여년동안 내려온 불경 5천여권 속에서 정수를 뽑아 부처의 생애.가르침.정진과 출가자의 길 등 모두 4부에 압축했다.문장이 쉽고 친숙해 초보자도 별다른 부담없이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반면 이번주에 나올 『쁘라산나빠다』(민음사)는 인도 유식학파의 비조 나가르주나(龍樹)가 지은 『중론(中論)』의 주석서를 우리말로 번역한 전문서적이다.「쁘라산나빠다」는 우리말로 「명료한 언어」「맑은 언어」라는 뜻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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