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미국대선] 젊은 오바마, 노련한 바이든과 대선 어깨동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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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47) 상원의원이 23일 러닝 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조셉 바이든(65)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델라웨어주 출신의 6선인 바이든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가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경험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바이든은 노동자의 아들로 자랐으며, 가톨릭 신자다. 경선 때 백인 노동자와 가톨릭 신자의 표를 대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빼앗긴 오바마가 힐러리 지지층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오바마는 23일 오후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바이든과 함께 공동 유세를 했다. 그는 “대통령직을 대행할 수 있는 인물을 골랐다”며 “바이든은 변화와 경륜을 겸비한 아주 예외적인 정치인으로, 나와 함께 미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인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1972년 29세의 나이로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뒤 35년8개월을 상원에서 활동했다. 그는 의회의 최고 외교통으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가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이자 그루지야의 초청을 받아 방문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한국을 잘 알며,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축전을 보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이 굳건히 유지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땐 대북 제재만 하지 말고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보좌관은 올 3월 평양을 방문, 한국전 참전 미군 병사의 유해 발굴 문제와 미국 내 한인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바이든은 72년 이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워싱턴 DC의 상원까지 열차로 통근한다. 당시 그의 아내는 3명의 자녀를 데리고 크리스마스 쇼핑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생후 수개월 된 딸과 함께 숨졌다. 그때 바이든은 중상을 입은 두 아들의 병실을 지키며 간호했다. 상원의원 선서도 병실에서 했다. 아들들이 퇴원한 뒤엔 워싱턴까지 통근하면서 그들을 돌봤다.

그의 헌신은 지역 유권자와 다수 대중을 감동시켰다. 인기가 올라가자 그는 87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경선을 준비하면서 한 연설이 영국 노동당 닐 키녹 당시 당수의 연설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고, 시러큐스 법과대학원 시절 다른 논문을 베껴 F학점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자 경선을 포기했다.

올해 초에도 민주당 경선에 나갔으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자 중도 하차했다. 그는 지난해 초 오바마에 대해 “정확히 발음하고 총명하며 청결한 데다 용모가 준수한 최초의 주류 흑인(the first mainstream African-American)”이라며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말했다. 다수 흑인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미련하며 용모가 단정치 못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파문이 일었다. 오바마는 그 말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으나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의 발언을 ‘2007년 선거 캠페인의 실언 톱10’ 중 두 번째로 올려놓았다.

바이든은 77년 교사였던 질 트레이시 제이콥스와 재혼해 딸을 낳았다. 88년 이후 두 차례의 뇌 동맥류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을 받고 완쾌했다. 델라웨어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시러큐스대학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장남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면서 주 방위군 장교이고, 차남은 변호사다.

덴버=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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