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시조의 묘미는 단수에 있습니다.정갈한 시상과 우리말 율격은 단수일 때 더욱 빛납니다.고시조나 현대시조나 명작들은 대부분 단수입니다.김상옥.이호우.정완영.이영도 시인들의 대표작품들은 거의 단수입니다.연작시조를 쓰기전 먼저 단수에 유 념할 필요가있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이달의 장원은 전정희씨의 작품 「청자」가 뽑혔습니다.낡은 소재이긴 하지만 이만큼 시상을 가다듬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특히 첫수에서 보여준 명징성은 지은이의 시적연륜을 짐작케 합니다.응모된 다른 한편도 이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차상으로 뽑은 유명씨의 단수 3편은 장원작과 겨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큼의 탄탄한 역량에 믿음이 갑니다.그림으로 말하면 데생 연습을 충분히 한 경우라고 할까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다른 분들에 비해 능숙합니다.차하로는 변현진씨의 「아카시아」를 뽑았습니다.3수를 2수로 줄여 실었습니다.응축의 묘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기 바랍니다.입선작으로 뽑은 전도천씨의 「완행열차」도 마찬가지입니다.시에서 필요이상 긴 것은 자칫 군더더기가 되기 쉽습니다.정동현씨의 「연꽃」과 김동호씨의 「봄풍경」은 모두 단수로서 깨끗하게 자기 시상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단수는 짧은 만큼 다듬는 솜씨도 치밀해야 합니다.끝으로 남승 화씨와 정정자씨의 작품은 서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큰 흠이었습니다.좀더 투명한 비유나상징이 필요했다는 이야기입니다.시에서 지나친 서술은 감동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가 되기 때문이지요.
〈심사위원:윤금초.유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