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봄날 아직 멀었다 … 지수 2000대 등락 거듭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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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28면

-요즘 상하이증시 등의 중국 기업 주가가 가파르게 미끄러지고 있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그만큼 나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인가.
“중국의 주가 흐름은 다른 선진 시장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속성을 갖고 있다. 거시경제나 기업의 실적과 상당히 동떨어져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다. 오를 때는 지나치게, 또 내릴 때는 과도하게 떨어지곤 한다. 현재 주가 하락을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를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무리다.”

중국 경제·증시 고수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

-그럼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갈 것이란 의미인가.
“그런 의미도 아니다. 단지 중국 주가, 특히 소액 투자자들이 좌지우지하는 상하이 A주의 주가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매우 투기적이다. 신흥시장이 대체로 그렇지만 중국 증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가 하락이 갖는 의미는.
“희망이 깨졌을 때 투자자들이 느끼는 허무감과 방향 상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한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주가 급등을 보면서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큰 꿈을 꿨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한 데다 더욱이 기다리던 올림픽 효과까지 실종하자 실망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버블 붕괴 뒤에 찾아오는 환멸(disillusion)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페티스는 투자학 원론에 나오는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이라는 가설을 맹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웠다. 그는 1987년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트레이딩을 했고, 1996~2001년에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서 전무로 일했다. 그에게 반박성 질문을 더 던져 봤다.

마이클 페티스

-중국 정부가 경기 및 주가 부양 조치를 준비 중이란 보도가 있다. 그러면 상황이 반전되지 않을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진화하려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를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중국이 GDP의 1%도 되지 않는 부양책(거론 중인 2000억~4000억 위안)으로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를 전망하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GDP 성장률이 9% 선으로 떨어지면 침체라고 본다. 미국 등 선진 경제권의 침체와 다르다.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머지않아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아주 아주(Very Very)’ 크다. 하지만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파국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럴 만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
“중국 기업들은 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나중에 투자할 돈까지 미리 당겨 쏟아 부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 둔화와 국제 유가 상승 때문에 기대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기업들은 그동안 투자한 돈과 벌어들인 수익, 앞으로의 전망 등을 재평가하면서 투자와 생산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또 올림픽을 넘기면서 중국 정부의 재정 지출도 많이 위축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주가 흐름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앞서 허무감을 말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후 주가는 지루하게 옆으로 움직인다. 중국 정부의 부양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보일 수 있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 주가는 정부의 대책 등에 따라 1000대에서 지루하게 옆걸음질 쳤던 2005~2006년 흐름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투자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일단 6개월 안에는 (뚜렷한 회복이) 힘들 것이다. 내년에 주가가 오름세를 탈지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내년에 주가가 반등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보유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페티스는 이머징 마켓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90년대 전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이머징 시장 채권트레이딩팀을 총괄했다. 멕시코와 발칸반도의 신생국인 마케도니아 정부의 금융 고문으로 일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국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에 대해 재정경제부에 자문해 주기도 했다. 이런 그의 개인적인 투자 성적은 어떤지 궁금했다.

-혹시 중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가.
“액수는 적었지만 중국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모두 정리했다. 큰 재미를 봤다.(웃음)”

-언제쯤 다시 중국 주식을 살 계획인가.
“지금으로선 되사들일 계획이 없다. 중국 증시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거품이 붕괴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뭔가를 깨달을 텐데, 그런 이후에나 사 볼까 한다. 그때쯤이면 증시가 중국의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곳이 돼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경제의 성장성이 비교적 정확하게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합리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과거 재경부와 일하기도 했으니 한국을 비교적 잘 알 텐데, 한국 투자자들이 지난해 중국 펀드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지금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로서 조언해 준다면.
“투자한 자금을 앞으로 5~6년 끌고 갈 자신이 없다면 환매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잃은 돈을 단기적으로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5년 정도 뒤를 겨냥한다면 지금 사들여도 무리가 없다. 상하이 B주(외국인 매매 가능 주식)가 좋아 보인다. 가격이 A주보다 많이 떨어져 기업의 실적에 견줘 크게 저평가돼 있다.”



WHO?
81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84년에는 같은 대학에서 금융 MBA를 마쳤다. 87년에 월스트리트에 뛰어들어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은 뒤 베어스턴스와 CSFB 등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중국이 금융 현대화를 위해 그를 대학 교수로 초빙했다. 2002~2004년 중국 칭화대에서 금융을 가르쳤고 지금은 베이징대에 적을 두고 있다. 여러 투자은행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이라는 개인 블로그(http://piaohaoreport.sampasite.com/china-financial-markets/)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시장 동향 및 경제 정책 등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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