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딸 ‘안수산’ 오바마 지지...매케인은 이민법으로 한국계 접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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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20면

정치 지도자의 네트워크는 리더십과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후보는 한국과 어떤 인연을 갖고 있을까. 오바마는 ‘미국의 한국계’를 중심으로 인연을 쌓아 왔다. 하와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시작됐다. 그의 이복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응은 “그곳에 살면 아시아 문화, 특히 한인의 습성과 문화를 모를 수 없다”고 했다. 오누이는 일주일에 한 번 비빔밥을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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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9년부터 3년간 로스앤젤레스 소재 옥시덴털 대학을 다닐 때 한국계 학생들과 접촉했다. '벼락 오바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저자 문성호 박사에 따르면 ‘운동권 학생’ 오바마를 ‘김 김브류’라는 한국계 학생이 지켜봤다. 오바마가 흑인·라틴계 학생 모임에서 ‘인종차별을 하는 남아공 기업은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설을 듣곤 했다.
인연은 다시 잠복했다. 도산 안창호의 외손녀 제리 강(변호사)이 하버드대 로스쿨을 다니던 그를 주목했다. 교내에서 누군가 “저기 하버드 법학회보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간다”고 하기에 봤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그에 비해 매케인의 인연은 직접적이다. 그는 월남전을 통해 한국을 알고 접촉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매케인이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 병사들의 전투력과 근면성, 집요한 목표의식을 높게 평가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5년간 베트남에서 포로로 있다가 73년 석방된 뒤 86년 상원의원이 된 매케인의 한국 관계는 더 깊어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매케인이 상원 군사위 소속이던 90년과 91년 한국을 방문해 노태우 대통령과 외교·국방부 장관을 예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은 그에게서 멀어진다.

두 후보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을 채널로 삼아 한국 사회와 접촉하고 있다. 오바바는 2000천년 시카고의 이스트 뱅크 클럽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정신을 접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2007년 2월 보도했다.‘뉴욕·뉴저지 한인 유권자 센터(KABC)’ 김동석 소장은 “오바마는 2005년 9월 오바마가 뉴저지주 에디슨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인 2세 최준희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고 했다. 5000여 명의 유권자 앞에서 최 후보와 어깨동무하며 “우리 둘을 보면 미국에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2006년 중간선거 때는 뉴저지주에서 민주·공화당이 박빙의 대결을 벌이자 민주당 지원 유세를 왔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3만 유권자의 조직인 KABC의 초청을 받고, 자기 당의 매넨데스 후보를 응원하러 온 것이다. 일리노이주 오바마 상원의원실의 보좌관 미셸 최는 한국계다. 그는 수행 보좌관으로 시작했다. 대선 초반 오바마 유튜브를 만들어 인기를 끈 에너벨 박의 한국 이름은 박소현이다.

7월 초 뉴욕주에 온 오바마의 가족을 수행했던 라이언 킴은 2006년 KABC가 전략적으로 캠프에 합류시킨 한국계다. 오바마는 그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도산 안창호의 딸이자 미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포병장교를 했던 안수산(93)씨는 ‘오바마가 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샌드라 오와 같은 할리우드의 한국계 스타도 거의 대부분 오바마 지지자라고 한다.

김 소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의 경호원 가운데 두 명이 한국계인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는 한인이 수십 명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매케인의 최근 한국과의 인연은 개인보다 법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람으론 우선 텍사스주 상원의원을 지낸 필 그레이엄 의원의 부인이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을 지낸 웬디 그램 여사가 꼽힌다. 한국계인 웬디 그램은 매케인 캠프의 공동 의장을 하다가 7월 사퇴했다.

법안과의 인연에선 링크(LINK)라는 이름의 보수 한인 청년단체가 거론된다. 2003년 매케인 의원은 샘 브라운벡 상원의원과 ‘북한 자유법안’을 추진했는데 이를 지원한 단체다. 공화당의 매케인은 2005년 5월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과 함께 ‘포괄적 이민개혁법’을 제출했다. 미국에 살며, 직장이 있고, 범죄 기록이 없으면 영주권을 주자는 법안이다.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한인 사회도 이 법안에 매달렸다.

그 과정에서 한인 단체들은 2006년 2월 27일 맨해튼으로 매케인을 초청했고, 수만 명의 서명을 받아 그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이런 인연이 한반도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외교부의 조구래 북미2과장은 “두 후보 진영의 한국계가 한반도 정책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했다. 한반도 정책 책임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캠프에선 프랭크 자누치가 책임자다. 그는 한국 외교관·학자들과 친밀한 사이다. 주한 미 대사 출신의 토머스 허버드, 도널드 그레그와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 조엘 위트도 있다.

매케인 진영에서 아시아를 담당하는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익숙하며 한국 인맥도 상당하다.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와 연결되는 선은 불투명하지만 매케인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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