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삼호읍에서 문인숙(49)씨가 무화과를 수확하고 있다. 수확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이른 아침에 한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영암군 삼호읍에서 햇무화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과일과 달리 나무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열매가 익어 가는 특성 때문에 11월 초순까지 계속 맛볼 수 있다. 영암군 삼호읍은 전체 750여 가구 가운데 약 600가구가 총 259㏊의 무화과 농사를 짓고 있다. 한 해 수확량이 1000t 안팎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삼호농협 박일홍(36)씨는 “우리 읍에서 무화과로 거두는 수입이 지난해의 경우 58억원”이라고 말했다.
삼호읍을 무화과의 주산지로 만든 사람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 1971년 삼호농협 설립과 함께 조합장을 맡은 고 박부길(1941~73)씨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형이기도 한 그는 무화과가 건강에 좋아 전망이 밝다는 점을 알고 농민들에게 재배 방법을 교육하고 꺾꽂이를 해 많이 심게 했다. 집 뜰이나 울타리에 한두 그루씩 있던 무화과를 야산 등에 집단으로 심어 소득 작목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73년 8월 첫 수확을 눈앞에 두고 교통사고로 32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박씨의 부인 최금자(65)씨는 “무화과가 많은 소득을 안겨 주자 주민들이 공적비를 세워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화과는 상온에서는 딴 지 하루가 지나면 변하기 시작한다. 냉장시설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는 소비자 손에 가 보지도 못한 채 썩어 버리는 것이 적지 않았다. 저장 기술이 발달하고 웰빙 바람이 불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가격은 수확 시기의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요즘 현지 소매 가격은 ㎏당 8000원 정도. 삼호농협은 아이스 팩을 넣은 4㎏짜리 상자를 3만5000원(택배비용 포함)에 보내 준다. 문의 011-441-2091, 061-464-6010.
이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