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일단 저질러 놓고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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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If의 심리학
닐 로즈 지음, 허태균 옮김
21세기북스, 312쪽, 1만3800원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는 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두 갈래 길을 ‘모두’ 택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결국 한 길을 선택한 그는 이렇게 썼다. “훗날에 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인생의 기로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고, 돌아보고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닐 로즈 교수(미 일리노이대)는 『If의 심리학』(원제 『 If Only: How to turn regret into Opportunity』)에서 “후회는 유익하고 좋은 것”이라며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한다. 그는 후회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과정”이며 “우리를 변화시키고 향상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후회와 더불어 ‘어쩌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 대신 다른 가능성을 따져보는 ‘사후가정적(事候假定的 )사고’ 자체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통찰과 자기향상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후회에 관한 충실한 안내서이자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왜 후회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후회를 잘하는지까지 가르쳐준다. 로즈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한국 독자를 위해 책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두뇌가 감정을 어떻게 이용해 행동으로 이끄는 지를 설명한 책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부정적인 감정 또한 우리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후회는 분명 부정적이다. 심지어 고통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두뇌 시스템의 일부다. 우리의 두뇌는 ‘후회’라는 감정을 통해 아직 우리 앞에 기회가 있으며, 앞으로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은메달리스트는 상향적 가능성(내가 금메달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에 대해 더 생각하고, 동메달리스트는 하향 가능성(메달을 받지 못할 수 있었는데)에 더 초점을 맞춘다. 상향적 사고는 감정을 상하게 하는 반면 상황을 개선하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있고 하향적 비교는 마음을 위로해주는 잇점이 있다.”

-책에 인용된 연구 결과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중 1위(32%)가 학업이고, 직업(22%), 사랑(15%), 자녀양육(11%)순이었다.

“그렇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들이었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교육 수준에 따라 수입이나 개인적 성취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과거에 비해 교육의 기회는 엄청나게 늘었고 더 많은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늦더라도 얼마든지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가 있다. 내가 정말로 이 책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은, 후회는 우리에게 행동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적극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직업과 사랑, 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는 한 후회는 계속된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 ‘우선 그냥 질러라’ 하고 조언했는데.

“만약 무언가를 하기로 스스로 결정했다면 결과가 안 좋아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닦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리에도 면역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당신을 더 오래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새로운 기회가 있을까?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해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계속 와서 괴롭히는 후회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나쁜 후회도 있는가.

“먼저 ‘좋은 후회란 무엇인가’를 설명해야겠다. 좋은 후회란 마음속에 즉각적으로 떠올라서 당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명확히 제시하고, 재빨리 사라지는 후회다. 반면 나쁜 후회란 그것에 대해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도 계속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질질 끌며 계속되는 후회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내 잘못으로 일이 망쳐지거나, 심하게 비극적 일이 발생했을 때는 ‘자기 비난’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자기 비난에는 유익한 것과 무익한 것이 있다. 유익한 비난은 행동이 따르는 자기 비난이다. 그것은 내 인생을 내가 다시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다시 찾아준다. ‘나는 뭔가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은 격려도 되고 유용하다. 하지만 무익한 비난은 당신의 성격이나 성향이나 능력 같은 자신의 근본적인 특성들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나는 너무 늙어서 그걸 못 따라가’하는 생각들 말이다. 전자는 발전할 수 있는 점을 언급하는 반면 후자는 이미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측면에 초점을 둔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는 어떤 종류의 자기 비난을 할지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격 자체를 비난하기보다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위해 ‘건강한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식이 힘이 된다는 뜻이다. 두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게 되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매뉴얼에 대해서는 통달하면서도 자신의 두뇌에 대한 매뉴얼은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원리를 이해하면 우리는 내·외면적으로 더 강해지고 더 자유로워지고, 얻는 것도 많아진다.”

-개인적으로 ‘후회’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나는 ‘만약’으로 시작되는 생각에 매우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만약 세계 2차 대전이 다르게 끝났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등. 미국에는 이런 가상 버전의 역사책이 다양하게 나와 있고 굉장히 인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후회에 대한 연구를 다르게 보게 해준 결정적인(그리고 고통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내 의지를 벗어난 건강상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한때 참으로 깊이 후회했던 직업 결정에 관한 것이다.”

-후회에 대한 연구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 책을 쓰면서 인생의 큰 결정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이익과 불이익을 가져오는지 더 분명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또 나이가 들면서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감사하게 됐다.”

이은주 기자


◇ 로즈 교수가 말하는 후회 전략

1. 즉각적으로 행동하라=성공적인 사업가는 보통 사람들보다 후회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빨리 극복한다. 후회를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벌떡 일어나 행동하는 것’이다.

2. 더 살펴보라=무언가에 실패했을 때는 원인을 다각도로 따져라. 숨겨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3. 하향적으로 생각하라=어떤 것이 더 나빠졌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긍정적인 감정과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4.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마라=“~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다면”하고 너무 많이 생각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이 낮다고 믿게 된다.

5. 후회를 글로 옮겨라=글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를 준다.

6. 크게 보라=후회는 크게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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