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등 日지도층 필독서 굳혀-시오노 나나미 力作들

「난세(亂世)에는 책에서 지혜를 찾아라」-.
정계.관계.경제계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십 부재(不在)를 지적받고 있는 일본에서 요즘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시오노 나나미(염野七生)는 빠지지 않는다.특히 그가 쓴 『로마인 이야기』『신의 대리인』(中公文庫)등 역작 들은 「정치는 3류」라는 악평에 시달리는 정치가들이 지혜를 빌리는 참고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계개편을 위한 총선시기를 놓고 고심중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 5월초 연휴동안 『신의 대리인』을 읽었다.
르네상스기에 4명의 로마법왕을 축으로,교회내부 또는 교권(敎權)과 속권(俗權)의 치열한 권력투쟁을 생생하게 다 룬 이 저작속에서 하시모토총리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하시모토총리의 최대 라이벌인 신진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당수는 늘 이렇게 말한다.『역사를 모르면 정치를 알 수 없다.인간이 하는 일이란 어차피 반복되는 것이니까.』92년 『로마인 이야기』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 았다」(新潮社)가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매년 이 시리즈를 읽고 있는 오자와는 올해도 어김없이 제5권을 집어들었다.
시오노는 일본의 역사를 배경으로 역사소설을 쓰는 고(故)시바료타로(司馬遼太郎)와 곧잘 비교된다.로마의 역사에 심취해 방대한 역사물을 써내는 그녀는 「로마판 시바 료타로」라는 말도 있다.혁신정당인 사민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 市)전총리는 시바에 빠져있고 보수정당인 자민당의 하시모토총리,신진당의 오자와당수는 시오노에 빠져있다.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는 「지혜는 그리스인에 비해 처지며,체력은 갈리아나 게르만인에 비해 떨어지며,기술력은 카르타고인에 비해 모자란 로마인이 어떻게 그런 대제국을 건설했으며,어떻게 멸망해갔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흥망성쇠( 興亡盛衰)-.일본의 정치가들은 일본이란 나라가 이 역사의 쳇바퀴 속 어디쯤에 와있는지 정확히 가늠하고 싶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는 좋은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한 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의 힘으로 움직여왔다는 사실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패전의 잿더미 속에서번영의 꽃을 피운 것은 정(政)-관(官)-재(財)로 구성된 「철의 삼각구도」가 조직적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 었다.한니발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물리치고 급속히 대국으로 성장한 로마 역시어느새 실력자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라 시스템이 지배하는국가로 변해 있었다.
저널리스트 아사미 다모쓰(淺海保)는 시스템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일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그는 『시스템이 갖는 플러스적인 측면은 누가 그것을 움직이더라도 그만그만한 성과가 보장된다는데 있다.그러나 성패가 걸린 위급상 황에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공동체가 볼 수 있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한다.시스템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리더십이 결여된 오늘의 일본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시오노의 거대한 로마 「역사연구」는 시스템에 매달린채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일본 정치인들에겐 아주 유용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 연표◇37년7월=일본 도쿄(東京)에서 출생 ◇63년=학습원대학 문학부 철학과 졸업 ◇64년=이탈리아로 유학.그러나 교육기관에는적을 두지 않고 30년이상 고대 로마사를 독학 ◇69년=일본으로 귀국.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운 여성이야기 『르네상스의 여인들』 발표 ◇70년=다시 이탈리아로 건너가 이탈리아인과 결혼하면서 이탈리아에 정착.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모델로한 작품『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발표 ◇72년=르네상스시대 각 분야 대표적 인물의 활동상을 그린 『신의 대리인』 발표◇80년=『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발표,산토리 학예상 수상.이어 80년대에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콘스탄티노플의 함락』『로도스섬 공방기』『레판토해전』등을 연달아 발표 ◇92년=『로마인 이야기』시리즈 첫권 발표 ◇95년=『로마인 이야기』제1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국내 독자들과 처음으로 만남 ◇현재 남편과 이혼,대학생 아들과 로마에서 살고 있음 도쿄=김국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