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불교학…결집대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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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불교와 기독교에 나타나는 악마관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가톨릭 사제로 동국대 박사과정을 마친 곽상훈 신부가 흥미로운 논문을 냈다. 그는 초기 불전(佛典)과 신약성서를 비교하며 두 종교에 나타난 '악'을 분석했다.

곽신부는 만물의 평등을 강조하는 불교에 악마(마라)가 등장하는 건 포교적 이유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알려진 세존(부처)에 비해 신화적 인물인 악마가 등장하는 건 불교를 가르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반면 기독교의 악령(사탄)은 실재적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악령 들린 사람들을 고쳐주고 많은 병자를 치유했다. 개인의 성불(成佛)을 가로막는 인간의 탐욕.노여움.어리석음(貪瞋癡) '3독(毒)'을 상징하는 불교의 마라와 달리 기독교의 사탄은 세상의 부.명예.가족.종교적 권력 같은 '사회적 유혹'도 포괄한다.

곽신부는 "사탄은 성격상 두렵고 부정적인 데 비해 마라는 윤회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쾌락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다르나, 두 종교는 진리에 적대적인 영적 힘으로서의 악의 체험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다음달 1, 2일 경기도 김포시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리는 '2004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서 발표된다. 불교학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두번째로 열리는 불교학결집대회는 불교학계의 교육.학술.연구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불교학 올림픽'이다. 학회.종단.대학 구분없이 불교 연구자가 총출동한다.

발표자는 총 174명, 외국 학자도 44명에 이른다. 2년 전 열린 1회 대회에 참여한 외국인은 단 두명에 그쳤다. 최근 한국 불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해주(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스님은 "경전.고승 등 전통적 연구 분야 외에 환경.경영.여성.의료 등 불교를 일상에 접목하고, 학제 간 연구를 꾀하는 응용 불교 분야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02-2260-3128.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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