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관료 군살빼기 … 수만 명 지자체로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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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본이 중앙정부 공무원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군살 빼기에 나섰다.

총리 직속 기관인 지방분권개혁추진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중앙부처의 여러 지방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등 구체적인 조직 슬림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지자체와 중복되는 비효율적인 이중 행정체제를 정리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한편 지방분권을 촉진·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수만 명의 중앙정부 공무원이 지자체로 자리를 옮기는 대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분권위는 이달 초 “국가의 출장기관은 의회와 주민의 감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예산 낭비가 많다. 지자체와의 이중 행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출장기관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를 정부에 제출했다. 지방 조직을 대폭 정리하면 ▶행정 권한의 지방 이양 ▶이중 행정을 없애는 행정 개혁 ▶덩치가 작아진 중앙부처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권위는 당장 다음달부터 각 부처와 협의해 ▶출장기관들의 업무를 지자체에 이관 ▶필요한 부분은 중앙부처로 통합 ▶폐지 또는 민영화 ▶현상 유지 등 네 가지로 분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축소하는 여러 출장기관을 한데 모으거나 지자체에 공무원을 이관하는 담당 조직도 설치할 예정이다.

초점은 지자체에 이관하는 업무와 인원 규모다. 일본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33만여 명 가운데 64%인 약 21만 명이 지방 조직에 몸담고 있다. 전국 광역 지자체장들의 모임인 지사회(知事會)는 올해 초 지방 조직에서 일하는 21만 명 중 5만5000명을 지자체로 소속을 전환시키고 2만1000명을 감원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지사회는 또 7개 부처의 지방 출장소 3438곳 가운데 80%인 2770곳을 폐지하거나 통폐합하자고 주장했다. 분권위도 이런 의견을 수렴해 수만 명 규모의 공무원 대이동 계획을 연말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모든 각료에게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공무원의 감축과 직결되는 정책인 탓에 부처와 국가공무원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수많은 출장기관은 산하에 또 다른 ‘소규모 출장기관’을 갖고 있으며 업계·국회의원들이 관련돼 있다. 공무원들의 지자체 이동은 각 부처의 존립 기반을 심각하게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예컨대 농림수산성은 전국 7개 지역에 있는 농정국 산하에 현 단위의 사무소를 갖고 있다.

각 사무소는 또 산하에 식량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과(약 2900명)와 통계정보센터(약 2500명) 등 약 130개의 독립 청사를 운영하고 있다. 홋카이도 개발국의 관제담합 사건 등 출장기관의 불상사가 속출하고 있는 국토교통성도 전국 8곳에 지방정비국이 있다. 지방정비국에는 국도사업소나 하천사무소 등 출장소가 지방 전역에 분산돼 있다. 지난해 분권위는 중앙부처를 상대로 지방 사무소와 출장소 통폐합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모든 부처가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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