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올림픽이 아름다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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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녀는 촉망받는 수영 유망주였다. 14세 때 국가대표로 선발돼 영연방대회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3년 후 오토바이 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잃어야 했다. 그래도 퇴원 후 다시 수영장을 찾았다. 다리를 잃었지만 꿈은 여전히 물 속에 있었다. 이듬해인 2002년 영연방대회 자유형 800m에서 결승에 올랐다. 메이저 수영대회에 절단 장애인이 출전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라톤 수영 종목이 신설되자 종목을 바꿨다. 다리를 거의 쓰지 않는 장거리 수영 쪽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지난 20일 여자 마라톤 수영(10㎞)에선 의족을 벗고 물에 뛰어들었다. 24명 중 16위로 골인한 외다리 수영선수 나탈리 뒤 투아(24·남아공). 그는 경기 후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같은 사람일 뿐”이라며 “런던 올림픽에서는 5위가 목표”라고 말했다.

폴란드 탁구 대표 나탈리아 파르티카(19).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채 태어났다. 서브는 팔꿈치 위에 공을 올려놓고 시작한다. 이번 올림픽 단체전에 출전했다. 폴란드는 C조 예선에서 독일을 눌렀지만 홍콩과 루마니아에 패해 탈락했다. 그는 말했다. “내겐 시작일 뿐이다. 런던 올림픽에는 단식에도 꼭 나가고 싶다.”

아테네 올림픽 펜싱 사브르 은메달리스트 키스 스마트(30·미국). 지난 3월 혈액의 혈소판이 줄어드는 희귀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5월에는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떴다. 그는 두 달간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은 끝에 출전했다. 미국팀의 사브르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그는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해이자 가장 멋진 해”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서만은 아니다. 운동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최선을 다해온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장애도, 치명적인 질병도 정신의 힘과 영혼의 높이로 뛰어넘는 선수들. 우리는 이들에게 감동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올림픽에선 아름다움에 관심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국가간 메달 순위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