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국방부의 은폐.늑장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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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부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최전방에서 상황이 발생한지 무려 12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이를 뒤늦게 발표한 국방부의행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착잡했다.
북한군 3명이 군사분계선 북측에서 4발의 총성을 울리는 광경을 우리측 초병이 관측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9시44분.북한군은 5분쯤 후 다시 소총 한 발을 공중에 발사하면서 북측 초소로 달아났고 이에 우리측은 즉시 경고방송으로 대 응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남짓 쌍방간에 「출현」과 「경고」를되풀이하던중 낮12시가 조금 넘어 우리측이 14발의 경고사격을가하자 오후1시12분 북한군이 완전히 원대복귀,상황은 종결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국방부가 처음 발표한 것은 이날 오후10시30분.전.후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은 지휘계통을 통해합참 지휘통제실로,지휘통제실은 다시 국방부.합참 수뇌부로 즉각보고하도록 돼 있다.따라서 국방부.합참 수뇌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무슨 일인지 이날 상황만은 무려 12시간이나 은폐됐다가 밤늦게서야 팩스 한 장으로 각 언론사에 전달됐다.그러면서국방부는 황망중에 그동안 숨겨왔던 새로운 사실 한가지를 노출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내용인즉 북한군 3명이 지난 4월11일 총선 당일에도 중동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 남쪽 2백 지점까지 남하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국방부는 당시 이같은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처럼 중요사항을 왜 은폐하고 또 이처럼 늑장 발표했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
총선기간엔 판문점의 북한무장병 진입사건을 늘려 서둘러 발표한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다.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지도 얼마 안된 국방부가 이렇게 석연찮은 자세로 은폐하거나 늑장으로 알린다면 국민은 어떻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는가.
김준범 정치부 통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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