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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뽑아 조기 영재교육…초등학생들도 특허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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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말 ‘2007~2008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11위였지만 싱가포르는 네 단계 높은 7위였다. 세부 항목 가운데 ‘교육 시스템의 질’ 부문 순위는 더욱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이 19위에 그친 반면 싱가포르는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교육 시스템은 교육 체계·정책 등 제도적인 환경을 말한다. 싱가포르 교육현장을 찾아 ‘교육 강소국’의 비결을 알아봤다.

“잉크의 양을 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너무 많이 넣으면 농도가 진해져 필기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실험을 하다 보니 100cc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7일 오전 싱가포르 난양 초등학교 5학년 L반 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수업 시간. 여학생 두 명이 20여 명의 학생과 교사 앞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컬러 수정액’에 대해 발표하고 있었다. 기존 수정액에 다양한 색깔의 잉크를 배합해 만든 48가지 컬러 수정액이었다. ‘수정액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제품을 써 본 학생들은 “신선한 아이디어” “색이 곱다”며 신기해했다. 이날 발표를 한 사라 안(11)은 “재료 선택부터 잉크 배합, 농도 조절, 발표 준비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했다”고 말했다. 또 “특허를 받은 뒤 원재료로 쓴 수정액 제조업체에 역으로 구매를 제안할 것”이라며 상품화 계획까지 밝혔다. 또 다른 발표자 지아 민(11)은 “상품 가치를 따져보니 900만 싱가포르 달러(약 67억원)는 충분히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두 학생은 이 학교 영재교육프로그램(GEP) 반 소속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1984년 우수 인재를 어릴 때 발굴해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만든 프로그램이다. 난양을 포함해 9곳의 초등학교에 개설돼 있다.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 전체의 약 1%만을 선발한다. 체육·음악 등의 과목은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지만 영어·수학·과학은 GEP 학생들끼리만 따로 심화교육을 받는다.

GEP반 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 주기 위해 대학원에서처럼 학생이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3명이 한 그룹이 돼 교사의 일대일 지도도 받는다. 림비킴 교감은 “전담 교사가 1주일에 한 번, 대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한 달에 한 번씩 각 그룹을 따로 만난다”고 말했다. 지아 민과 사라 안도 싱가포르경영대 교수에게서 마케팅 기법을 지도받았다. 우수한 학생들만 따로 모아 놓은 덕에 GEP반의 학습 열기는 더없이 뜨겁다. 학생들은 경쟁을 즐기는 분위기다. 난양초등학교 4학년 GEP반에 재학 중인 손추(10)는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면서도 “수업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공부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GEP교육은 초등학교 이후에도 이어진다. IP(Integrated Programme)스쿨이라고 불리는 6년짜리 중·고등학교 통합 과정이 있다. 존 그레고리 콘세이카오 싱가포르관광청 교육서비스 국장은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적은 나라”라며 “한정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각각 능력이 다른 학생에게 평준화 교육을 시키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싱가포르=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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