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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달러 낸 아디다스는 ‘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올림픽은 이제 더 이상 체전(體典)만은 아니다. 상업화된 올림픽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러 군데서 나오지만 기업으로서는 전 세계 인구가 집중하는 이 대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예술구의 ‘706 쿵젠(空間)’에서 열리고 있는 나이키의 백전백승(百戰百勝)’ 전시회. 천장에 중국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마네킹들이 걸려 있다. 나이키는 올림픽 후원사가 아니다. 올림픽 이미지에 기대려는 앰부시 마케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기업들이 올림픽을 기업 홍보의 장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1984년 LA올림픽의 상업적 성공부터다. 그 후 IOC는 올림픽 파트너(TOP) 제도를 도입해 특정 기업에 올림픽을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주고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때부터 올림픽은 공식 후원사들의 잔치가 되었고,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축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TOP 제도는 지금도 여전해 올림픽 파트너 12개사, 베이징 올림픽 파트너 11개사 외에는 올림픽과 관련된 홍보·마케팅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이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그냥 내줄 수는 없기 때문. 닐슨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73%가 올림픽 스폰서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한다.

공식 후원사 외의 기업들은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을 동원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특히 상술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중국인들은 마케팅에서도 ‘정품(공식 후원사)’ 못지않은 ‘짝퉁(앰부시 마케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인 리닝(李寧)사다. 리닝은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45)이 만든 회사다. 이 업체는 중국 시장을 놓고 아디다스, 나이키 등 다국적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리닝사의 대표인 리닝이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했다. 이 장면을 지구촌 40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 아래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앰부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특혜다.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도 중국이 리닝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리닝’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띄우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리닝은 개막식을 통해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개막식 후 리닝의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3.4%나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업적 쿠데타(Commercial Coup)”라고 비꼬았다.

속이 타는 것은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다. 아디다스는 이번 올림픽 스폰서와 마케팅 비용으로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앰부시 마케팅을 단속하겠다는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된 셈이다.

아디다스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중국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디다스의 대변인인 얀 루나우는 “리닝도 아디다스 제품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성화 점화자가 어떤 제품을 입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리닝은 이번 올림픽 후원사 경쟁에서 탈락했지만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중국 탁구 대표팀과 다이빙 대표팀에 자사 제품을 공급했다. 또 중국 CCTV의 스포츠 중계진은 리닝 제품을 입는다.

대다수 중국인이 아디다스가 아닌 리닝을 스폰서로 알고 있을 정도다. 리닝의 CEO 장즈융(張志勇)은 “아디다스와 돈으로 경쟁할 수 없다. 그래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자사를 옹호했다.

극성스러운 앰부시 마케팅

다른 중국 기업들의 앰부시 마케팅은 극성스러울 정도다. 가전제품사인 신페이(新飛)는 지난해 4월부터 올림픽 응원단을 모집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평행봉 메달리스트인 류쉬안(劉璇)을 동원했다. 류쉬안은 대표적 미녀 스포츠 스타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몇 달도 안 돼 10만 명이 지원했다.

쉐화(雪花) 맥주는 올림픽 스폰서인 옌칭(燕京)맥주, 칭다오(靑島)맥주, 버드와이저에 맞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다. 광고에선 한 축구팬이 경기장에서 ‘이 경기는 우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담았다.

중국인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 광고 덕에 최근 브랜드 호감도가 증가했다는 게 쉐화의 계산이다.

자오상(招商)은행은 비자와 손잡고 올림픽신용카드를 선보였다. 자오상은행은 올림픽과 관계는 없다. 그러나 비자는 IOC와 계약해 전 세계를 상대로 올림픽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올림픽 스폰서(TOP)다.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뒤늦게 이를 알고 자오상은행에 카드 발급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홍보 효과는 이미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마케팅 컨설턴트인 숀 레인 CMR 대표는 “올림픽과 관련한 메시지들이 중국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 스폰서십을 따낸 다국적기업들이 재미를 못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IOC는 앰부시 마케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앰부시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후보 도시들에 올림픽 브랜드와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의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와 영국(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은 이미 권한 없는 올림픽 관련 문구와 로고·이미지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만들었다. 이를 어긴 경우에는 민·형사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올림픽 마케팅을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은 적다. 법과 규제가 강화되면 더 기발한 앰부시 마케팅이 생길 것은 뻔한 이치다.

올림픽 파트너는…

IOC에 돈 내고 홍보·마케팅

IOC의 올림픽 마케팅 프로그램. TOP(The Olympic Partner) 제도는 IOC가 올림픽의 주요 사업분야별로 대표기업을 선정해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TOP로 선정된 기업에 올림픽을 이용한 광고·홍보·마케팅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984년 LA올림픽의 상업적 성공에 고무된 IOC는 올림픽 로고와 휘장 등을 상업화하기로 결정했고, 85년에 TOP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시작됐고, 92년 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까지는 선정기업을 올림픽 스폰서로 부르다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부터는 ‘올림픽 파트너’로 불렀다.

올림픽 파트너는 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보유한 세계적 기업에만 주어지는 자격이며 분야별로 한 개 기업씩 참여한다. IOC는 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 ‘파트너’에겐 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스폰서십 중 가장 포괄적이며 독점적인 권리를 제공한다.

올림픽 엠블럼과 휘장을 내걸고 마케팅·홍보를 펼칠 수 있는 업체는 이들 올림픽 파트너에 한정된다. 이를 위해 IOC는 오륜 및 올림픽 상징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으며, 각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IOC로부터 받은 오륜 사용 및 올림픽 상징 사용권을 책임 있게 사용하고 불법 사용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베이징=이철재 중앙일보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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