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사이버 법정’두니 네티즌들 막말·욕설 확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마이크 프라이스(21)는 휴대전화 등 무선 기기로 사이버 공간에서 아바타를 갖고 노는 웹사이트 ‘셀루펀’을 이용하고 있다. 셀루펀에 사는 그의 아바타는 며칠 전부터 사이버 감옥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프라이스의 아바타가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와 가상현실 세계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심한 욕을 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의 아바타는 셀루펀 이용자들이 만든 ‘사이버 법정’에서 일주일 구금 판결을 받았다. 사이버 법정에 선 셀루펀 이용자들이 배심원으로 등장해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에 의해 기소된 아바타들에게 판결을 내린다.

셀루펀은 이런 사이버 법정을 2주 전에 도입한 뒤부터 막말과 욕설이 휠씬 줄어들었다고 한다. 셀루펀 최고경영자(CEO)인 아서 고익먼은 “사이버 법정을 도입한 뒤 매일 10여 명의 아바타가 기소되고 있다”며 “그중 최소 한 명은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초기 사이버 공간의 폭력과 무질서에 손을 놓고 있던 가상현실 사이트들이 현실 세계에서의 법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셀루펀의 경우 욕하거나 대화하기 싫은데도 자꾸 말을 걸고 매너 없는 행동을 할 때 등 여러 가지 사례별로 20분간 대화 금지에서 영구 퇴출까지 다양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또 다른 가상현실 사이트인 ‘V존’도 범법자 아바타들을 칙칙한 색깔로 만든 감옥에 가둬 놓는다. 그런데도 태도를 못 고치는 아바타는 영구히 사이트에서 추방된다. 가상현실 사이트 운영 회사들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가상현실의 사법 체계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월즈닷컴이 운영하는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일부 사용자가 나쁜 행동을 하는 아바타들 머리 위에 새똥을 떨어뜨리는 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일부 네티즌이 스스로 ‘메타버스 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세워 삼권 분립 체제와 헌법을 만들기도 했다. 스스로 메타버스 공화국에 가입하는 네티즌은 메타버스국의 법 적용을 받는다.

운영 회사와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 정화운동을 벌이는 현상은 고무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기술 분석·평가회사인 가트너의 스티븐 프렌티스 애널리스트는 “제재 정도가 너무 약하다”며 “자신의 아바타가 영구 퇴출돼도 또 다른 아이디로 가입해 다른 아바타를 만들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가족안전연구소 스티븐 발컴 소장은 “사이버 법정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사이버 법정 정책이 현실 세계에서 어떤 법적 효과가 있는지, 당사자가 항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지금부터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최지영 기자

[J-HOT]

▶ 팔·어깨·발 부상 선수까지…'한일 혈투' 막올랐다

▶ 백숙 20만원 , 알 1380원… 닭은 내운명

▶ 82조짜리 첨단의료단지에 사활걸었다… 전국이 들썩

▶ 청와대 전 참모 30여명 봉하마을 모이는 까닭은

▶ 커밍아웃 홍석천 "두 아이 아빠" 올초 입양

▶비밀벙커 찾은 MB "전쟁나면 하룻밤에 끝낼 태세 필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