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선거법개정 본격화-與서 검토작업 野도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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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1총선 선거비용 신고 파문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 통합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신한국당은 선거비용의 축소신고 의혹을 둘러싼 여론의 비난을 계기로 선거공영제 확대를 골자로 한 법개정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법정선거비용 현실화 등 전면적인선거법 개정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 고위소식통이 밝혔다.
야권도 같은 움직임이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난 8일 양당 사무총장간 접촉에서 선거법 개정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약속했다.양당의 이같은 공조는 부정선거 진상규명 차원에서 탄생한야권공조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부정선거 진상규명 현장조사단의 활동결과를 토대로 선거법 개정의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자민련 조부영(趙富英)정치발전위원장도 『내달초 법 개정방향이 정해지면 국민회의와 공조,가을 정기국회에서 양당 공동개정안을 낼 것』이라고말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까지 자체 안을 마련,법 개정 논의에 참여할 뜻을 밝혀 15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논의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당장의 현안은 법정선거비용의 현실화 여부다.
15대 총선 후보들이 신고한 평균선거비용은 법정선거비용에 훨씬 못미치는 6천만원대에 불과했다.때문에 여야 모두 법정비용의현실화를 지적하고 있다.
신한국당 김학원(金學元)당선자 등은 축소신고 논란이 『법정선거비용의 개념이 모호한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들이 실제 쓴 돈과 법정선거비용은 일치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무엇보다 지구당개편대회 등 정당활동비가 법정비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점은 무소속 후보들과의 차별화 논란도 야기하고 있다.무소속 서훈(徐勳)의원은 『정당활동비를 법정비용에서 제외함에따라 상대적으로 무소속 후보는 불이익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각 정당이 선거에 임박해 지구당대회를 여는게 통례이므로 사실상 선거운동이나 다름없는 이 행사비용도 법정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정당의 당원단합대회 비용 등을 법정비용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로 정당 위주의 발상이라는 지적이 다.
때문에 현재까지의 움직임만 보면 정당활동비 포함 등을 내용으로 한 법정선거비용의 현실화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상태다.
선거공영제의 확대 논의도 여야가 함께 하는 대목.선거비용 지출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후보 개인지출을 줄이고 국고보조를 늘린다는게 공영제 확대 주장의 골자다.
선거법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선거 전에 이미 불거졌던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간 불평등 조항도 여야가 공히 손볼 대목으로 꼽고있다. 대표적인 조항이 현역의원의 의정보고회 무제한 개최 허용이다.원외는 완전히 손을 묶어놓고 현역만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수 있게 한 이 조항은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대해 이처럼 공감하는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신한국당이 주장하는 후보자 전과공개는 야당이 미온적 입장이며 대통령 등 정무직 공직자의 선거운동 허용에 대해서도 야당은 단호한 반대입장이다.반면 정치자금법 소관사항이지만 야3당은 지정기탁금제 폐지를 통한 기탁금의 공정배분 보장을선거법 개정과 연계한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가면 여야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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