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악화 추가원조 시급 국제시각-北 식량난어느정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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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식량난이 춘궁기(5~9월)에 접어들며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13일 북한 식량난과 관련,특별성명을 통해 『북한은 지난해 수확한 곡물 대부분을이미 소비했고 현재 상당량의 식량 수입도 있을 것같지 않으며 추가로 진행중인 식량원조 계획도 없다』고 경고했 다.
식량부족 사태는 지난해 6~7월 태풍이 휩쓸고간 황해도 일대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있다.최근 황해남도를 방문한 한 미국 교포는 당간부로부터 『황해남도에만 10만명이 아사(餓死)에 직면해 있다』『남조선 상표를 달아도 좋으니 먹을 것을 보내달라』는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산간지역인 양강도.자강도.황해북도.강원도의 경우 지난 30년간 유지돼온 식량 배급체계가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정무원(내각)양정국을 정점으로 한 식량 배급망은 수송난까지 겹쳐 대부분 3~4개월씩 정지된 상태다.최근 양강도를 다녀온 연변의 한 소식통은 『지방당의 경우 지도원급 중간 간부들도 중앙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했다.또 농촌과 달리 오로지국가의 식량배급에 의존하는 청진.함흥 일대 공장 노동자들의 식량사정은 더욱 어려워 공장 노동자들 이 집단적으로 결근하는 것은 물론 길거리에 아기를 버리는 사태도 발생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암시장의 쌀가격도 폭등세다.국정가격으로 ㎏당 8전인 쌀가격이 최근에는 90원으로 뛰어올랐다.노동자 월급이 70~1백원인 것을 감안하면 계산상으론 한달 일해서 쌀 1㎏를 사는 게 고작인 셈이다.이에따라 북한체제의 연착륙(軟着 陸)을 목표로 하는 미국 국무부는 한국.일본을 동원,수십만의 대북 식량원조가 포함된 「북한판 마셜플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 식량문제와 관련,『7월까지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통일원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가을 생산한 곡물량은 3백45만.북한의 하루 곡물 소비량을 1만5천으로 보면 재고량을 빼고도 2천2백만 북한주민이 2백30일가량소비할 수 있는 분량이다.따라서 북한이 오는 6~7월까지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 식량난을 구조적 문제로 파악한다.
즉 북한 식량난이 단순히 홍수로 인한 게 아니라 인센티브 없는협동농장 제도,과도한 국방비,그리고 영농기술 부족 등에서 야기됐다는 설명이다.따라서 평양의 근본적인 태도 변 화와 공식 요청이 없는 한 대북 식량지원은 현재로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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