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영화"투캅스2" 강우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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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강우석 감독은 90년대 영화계 최고 행운아다.『투캅스』(93년),『마누라 죽이기』(94년),『투캅스 2』(96년)등 직접 제작.연출한 세편의 영화가 잇따라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돈방석에 올라 앉은 것은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흥행 감독의 입지를 굳혔다.지난해 김성홍.김의석 감독과 함께 설립한 시네마서비스가 처음 내놓은 『투캅스 2』는 개봉 10일만에 관객 20만명을 동원하며 전편의 86만명 기록을 넘보고 있는 상태다.
이제 아무도 그가 재능있는 감독이자 수완있는 영화사 사장이란점을 부인하지 않는다.종합영상주간지 『시네21』이 선정한 「한국영화산업의 파워 50」에서 그는 1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 놓았을까. 『어릴 때부터 선생님들과 농담해 급우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지금도 술자리에 유머가 없으면 내가 웃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요.그 에너지가 영화를 만드는 힘이 아닌가 싶어요.』 88년 『달콤한 신부』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10편의 작품은 주류가 코미디다.대중을 웃기는데 쾌감을 느끼는 자신을 받아줄 뿐만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얘기를 가장대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만큼 평등한 게 없다고 믿고 있어요.드라마 같은 장르는관객의 취향과 지식 정도에 따라 반응에 큰 차이가 있지만 코미디는 그렇지 않아요.주말연속극에 재미를 못느끼는 사람도 이주일의 개그를 보고는 일단 웃거든요.』 그는 영화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그리고 그 재미의 척도를 흥행의 정도로 판단한다.
『어떤 내용이건간에 흥행이 잘되는 영화를 보면 일단 재미가 있어요.관객들을 웃긴다는 뜻만은 아닙니다.「쉰들러 리스트」같은영화는 안웃겨도 재미가 있잖아요.웃기건 안웃기건 흥행이 잘되는영화들은 쉬운 방법으로 전달하는 점이 특징이지 요.』 그가 스승으로 생각하는 인물은 채플린이다.사람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먼발치에서 맴돌 수밖에 없었던 슬픔을 웃음으로 말할줄 알았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시티 라이트』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얼마나 고독한 삶을 살기에 저렇게 응축된 슬픔이 나올까하는 생각에 울었다고 한다.
***관객 웃기는데 성공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웃음이 삶의 우수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관람료가 아까운 생각이 안들 정도로 웃기는데는 성공하고 있다고 자신한다.어쩌면 그는 감독으로 많은 부분을 웃음 자체에 기대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만큼 웃기는데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 흔히 그렇듯 강감독 자신은 잘웃지 않는다.유머때문에 쉽게 낙천적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그렇지 않다고 한다.
『승부욕이 참 강했어요.공부는 관심없었는데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같은 놀이에서는 늘 따야 직성이 풀렸거든요.지금도 모든 종류의 게임에서 그래요.해외에 나가면 꼭 카지노에 들르는데 딸 때가 많아요.비결은 간단합니다.조금이라도 땄을 때 자리를 뜨는거지요.승부욕 강한 사람치고 낙천적인 사람 봤어요?』 영화 흥행도 그에게는 게임이다.많은 관객을 동원하면 이기고 흥행에 참패하면 지는 게임이다.
지금까지 그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흥행에 승승장구하고 있다.이제 그가 더 욕심을 낸다면 자신이 만들어 내는 웃음에 삶의 우수를 드리우는 작업에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다.그는 결국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채플린이나 우디 앨 런의 작품 같은 것이라고 한다.『그 승패는 내가 만들어 내는 웃음이 얼마나 내 안에 내장된 상처와 슬픔을 길어 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같다』고 그는 말한다.매사에 자신감에 차 있고 의사 결정 속도가 남달리 빠르지만 결혼생활에 는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있어 아직 혼자 살고 있다고.
글 남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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