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아자동차의 택시영업팀은 살 맛이 난다. 택시 기사들의 입에서 “로체 이노베이션이 연비와 디자인이 좋을 뿐만 아니라 코너링도 날렵하다”는 칭찬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들의 호평 속에 자가용 판매도 호조다. 7월에 6912대를 팔아 지난해 7월보다 무려 113%나 늘어났다. 올 초만 해도 기존 로체의 경우 재고가 넘쳐 택시회사로 싼값에 넘겼던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998년 3월 SM5를 출시하면서 구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기사들 입에서 ‘장시간 운전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은 차, 부품 내구성이 좋은 차’ 등 호평이 쏟아지면서 SM5 돌풍을 일으켰다. 택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자가용이 잘 팔릴 때는 월간 기록으로 만년 1등인 쏘나타를 추월하기도 했다.
GM대우는 2006년 토스카를 내놓으면서 개인택시 기사 300명을 선정해 ‘토스카 홍보대사’를 운영했다. 20% 가격을 할인해 준 대신 고객들에게 ‘동급 최대 실내공간’이라는 홍보를 맡긴 것이다.
올 1∼7월 택시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63.1% ＾기아차 24.7% ＾GM대우 7.7% ＾르노삼성 4.5% 순이었다. 기아차 약진보다는 르노삼성의 후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에 달했던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초 LPG택시의 연료펌프 이상으로 리콜에 들어가면서 1, 2월 판매가 역대 최저치로 밀렸다. 이 여파는 자가용에도 미쳐 같은 기간 내수 판매가 20%나 줄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택시 리콜로 품질 좋은 차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업었고, 이어 자가용 판매까지 영향을 받았다”며 “리콜 조치를 분명하게 취했고, 4월부터 30만원 할인(택시) 해주면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구희철 과장은 “택시는 팔아봐야 마진이 거의 없지만 기사들의 구전 마케팅 효과 때문에 택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마케팅 역효과도=하지만 택시 마케팅의 부작용도 있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2002년 쏘나타 택시를 5000대 이상 팔아 인지도 높이기에 성공했다. 공장 가동 후 2년 만에 중국 자동차 업계 10위 안에 든 것이다. 쏘나타 택시가 거리를 누비자 엘란트라·베르나 같은 소형차도 잘나갔다. 문제는 베이징현대가 딜러망을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로 확장하면서 불거졌다. ‘현대차=택시=값싼 차’라는 이미지가 생겨 부자들이 많은 대도시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다. 2006∼2007년에는 판매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는 새로 출시한 NF쏘나타와 신형 아반떼는 택시로 팔지 않고 있다.
일본의 혼다는 중형차 어코드의 택시 판매를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는다. 그 덕인지 어코드는 중고차 가격이 비싼 차로 늘 꼽힌다. 도요타 역시 중국에서 2006년 쏘나타와 경쟁하는 캠리를 내놓으면서 택시 판매는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캠리는 중국에서 석 달을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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