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10대><기고>8.삐삐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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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청소년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삐삐를 가지려고 애쓴다.청소년들의 삐삐에 대한 욕구는 종종 부모를 괴롭히고 부모는 자녀의애타는(?) 요구에 어쩔줄 몰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 이유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과시욕구,욕구의 즉시적 만족경향,경쟁의 심화,교통체증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삐삐를 선호하는데는 나름의 독특한 이유도 있다.청소년기에는 무엇보다 친구의 중요성이 크다.그러나 집밖에서 친구 만나기가 쉽지 않고 또한 친구 만날 시간조차 넉넉하지 못하다.그래서 친구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삐 삐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또 청소년들은 부모의 통제에 대한 탈출구로 삐삐를 사용한다.이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자녀들이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성숙과 자율성을 신장시키려는 의지의 결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10대들의 삐삐사용에 대한 가장 큰 부정적 측면은 그들이 물질적인 소유로 자긍심을 높이려는 과시적 욕구로 삐삐를 구입하려한다는 점이다.이같은 「궁핍한 자긍심」은 교우관계 속에서 소속감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지만 그가 속 한 집단이 비행청소년 등 탈선집단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즉 비디오방.록카페 등 부모가 용납할 수 없는 장소를 출입하거나 부모가 알아서는 안되는 일을 저지르기 위해 삐삐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삐삐를 사용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다.삐삐가 갖는 실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모.자식간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삐삐가 그들만의 음성적대화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단순기계로 전락하는 사태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 상담부장) 金秉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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