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强달러를 맞는 마음의 자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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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28면

오랫동안 약세를 이어오던 달러가 최근 강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달러 강세가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달러 강세는 그 자체보다 이 때문에 유발되는 후폭풍이 더 거세다. 최근 글로벌 증시 약세의 가장 큰 주범이었던 기름값이 달러 강세로 떨어졌고, 각종 원자재 상품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투자 보따리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여유자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던 최모(51·자영업자)씨도 필자를 찾아 “미국 펀드와 글로벌 채권형 펀드가 괜찮으냐”고 물었다. 일단 달러가 강세로 이어지면 투자자금이 미국 증시에 꾸준히 들어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러면 미국 펀드 수익률도 달러 강세 덕으로 ‘정(正)의 상관관계’를 가질 것이다. 또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달러 강세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근본적 물음이다. 각국 환율은 날씨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강달러 하나에만 초점을 맞춘 투자는 주식 투자에서 한 종목에 돈을 몰아넣는 것과 같다. 올 들어 유행했던 유가나 원자재 펀드도 최근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결국 글로벌 경기의 움직임을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미국 증시가 다시 살아난다고 전망하더라도 그동안 미리 조정을 받은 선진국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위험 관리를 하는 게 좋다. 글로벌 채권펀드도 돈을 몽땅 미 채권에 투자하면 달러 강세가 환차익을 유발하겠지만, 실제론 유럽이나 다른 나라 현지통화로 투자될 때가 많다. 현지통화가 약세면 펀드 수익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해외펀드가 역내펀드로 운용사에서 자체 환헤지를 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굳이 환헤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만 투자자가 직접 환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면 달러화로 투자되는 펀드의 경우 달러 강세일 때 환차익이 기대되므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순간의 변동에 끌려다니는 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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