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CO2 녹색성장’ 제시한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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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MB노믹스의 새로운 엔진으로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15일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을 화두로 삼아 한국 경제 전반을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인데, 경제 현안에 대한 단기 처방 대신 장기 비전을 강조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 선언을 1970~80년대식 개발 전략밖에 없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경제 전반의 장악력을 높여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대통령은 ‘고성장’을 내걸고 집권했으면서도 고환율 정책과 감세 외에 한국 경제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는 리더십의 손상으로 이어졌다.


녹색성장은 지난 10년간 정보화 혁명에 주력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정보기술(IT)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했지만 일자리 창출에서 한계를 보여 왔다. 한국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과 ‘성장률 정체’라는 늪에 빠져 있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며 “녹색기술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를 치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성장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전통산업보다 2~3배 높고, 특히 태양광은 7~8배나 된다. 녹색기술 시장은 2005년 1조 유로에서 2020년 2조2000억 유로(약 300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이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하는 데 적격인 셈이다.

우리 경제는 에너지 다소비형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도 있다. 현재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로는 선진 경제 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고유가의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이 ‘녹색성장’선언엔 적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경제 정책의 중장기 전략은 녹색성장을 중심으로 새로 짜일 전망이다. 국가 재정 배분 및 연구개발(R&D) 지원의 우선순위가 크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현재의 2%에서 2050년 20% 이상으로 높이도록 총력 투자에 나서겠다”며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LED와 무공해 석탄 등의 새로운 그린에너지 기술 개발, 하이브리드차·연료전지차·전기자동차 등 ‘그린카’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크게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계도 저이산화탄소 사회의 흐름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민과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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