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아웅다웅 남매’ 마음 열린 사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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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레모네이드 전쟁
재클린 데이비스 글, 노도환 그림, 윤미성 옮김
개암나무, 216쪽, 9500원, 초등 3∼4학년

오누이 사이의 경쟁과 우애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면서 그 속에 마케팅과 수학의 개념을 재치있게 녹여냈다. 연년생 남매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을 정교하게 그리고 있어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주인공 에반과 제시는 사이좋은 남매다. 오빠 에반은 사교성이 뛰어나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않고, 동생 제시는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대인관계가 서툴러 외톨이가 되기 일쑤다. 둘은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잘 지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학교에서 편지가 오기 전까지는.

편지 속에는 제시의 월반 소식이 담겨 있었다. 2학년이었던 제시가 새 학기부터 3학년이 아닌 4학년이 된다는 것이다. 연년생인 오빠 에반과 같은 학년 같은 반이 됐다. 제시는 기뻤다. 오빠와 함께 다니면 친구 사귀는 일도 걱정 없었다. 하지만 에반은 화가 났다. 수학도 못하고 읽기도 반에서 가장 느린 자신의 모습을 제시가 보게 됐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에반은 여동생보다도 못한 바보인가봐”란 말을 듣게 될 것도 뻔했다.

제시를 계속 퉁명스럽게 대하는 에반. 하지만 제시는 이를 엉뚱하게 해석한다. 자신이 아기 같이 행동해 오빠를 부끄럽게 할까봐 오빠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더 똑똑하게 행동해 인정받는 여동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제시가 에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결국 둘은 ‘전쟁’을 시작한다. 바로 ‘레모네이드 전쟁’. 나흘 동안 레모네이드를 더 많이 파는 사람이 이기는 전쟁이다.

두 사람은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판매 경쟁에 나선다. 그 사이 부가가치,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프랜차이즈 등 마케팅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또 판매 계획을 세우고 이익률을 따지는 과정에서 수학적인 계산과정도 자세히 보여준다. 억지스럽지 않게 경제동화·수학동화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셈이다.

전쟁의 시작도 그랬지만 진행 과정에서도 ‘소통’의 문제는 계속 불거진다. 책의 각 장마다 에반과 제시가 시점을 바꿔 털어놓는 고백을 듣다 보면 독자는 두 사람 모두에게 공감하게 된다. 그 둘이 상대의 속내는 제대로 읽어내는 순간, 둘은 화해한다.

에반과 제시의 캐릭터가 남녀 특성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대인관계에 능숙한 남학생과 수학에 뛰어난 여학생. 틀을 깬 설정이 레모네이드처럼 상큼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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