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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0번 국내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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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판에 박힌 스탠더드 레퍼토리에 식상해 무척 방황했어요. 그래서 미공개 악보나 덜 알려진 작품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베토벤이 14세 때 작곡한 협주곡 악보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북한을 거쳐 20일 한국을 방문한 헝가리 태생의 독일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작곡가 페터 폰 빈하르트(38)가 21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오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26일 부산 문화회관에서 자신이 완성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0번'을 국내 초연한다.

독일 튀빙겐 대학 도서관에 피아노 스케치로만 남아 있던 협주곡 제0번이 햇빛을 본 것은 1943년. 스위스 음악학자 빌리 헤스가 관현악 버전으로 만들어 60년대 초 러시아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히리테르가 초연했다. 하지만 편곡이 엉성해 곧 잊혀지고 말았다. 최근 이 곡에 주목한 빈하르트가 1년6개월 걸려 곡을 제대로 다듬었고, 2001년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세계 초연했다.

빈하르트는 지난 18일 폐막한 평양 '4월 친선 축전'에 참가하고 오는 길이다.

"러시아 단체가 대부분이었는데 러시아 국립발레단 등 몇몇을 제외하면 그리 수준이 높지 않더군요. 참가자들이 베이징까지 항공료를 자비 부담하는 조건이었어요. 하지만 10세 때 가족과 함께 공산 헝가리에서 망명한 터라 북한에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는 4월 축전이 참가단체에 개런티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폐막식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참가상)을 수여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베이징 국립교향악단이 금메달을 받았는데 상금은 1500달러. 개런티로 따지면 18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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