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부처에 자료 요구하자 “해당 상임위도 아니면서…” 핀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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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최민호 선수를 지켜보며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12일 낮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나흘 전엔 “극한 짜증으로 더위를 극복하고 싶으냐. 그렇지 않다면 (쇠고기 국정조사특위의 TV중계를) 보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의정일기’를 이틀에 한 번꼴로 올린다. 그는 “국회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그는 쇠고기국정조사특위 위원이란 ‘할 일’이 있다. 18대 국회가 70여 일째 원 구성도 못한 상태라 대부분의 의원은 아직 딱히 할 일이 없다. 예년 이맘때 정기국회나 국정감사 준비로 여념이 없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국회 개점 휴업 사태를 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지난주까지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머물렀다. ‘청소년과 홍사덕, 한여름밤의 대화’란 프로그램을 마련, 전 지역을 도는 데 15일이 걸렸다. 홍 의원 측근은 “선거 때의 약속”이라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인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같은 당 김영우(포천-연천) 의원은 지역간담회에서 “원 구성도 못하고 국회의원은 왜 그러느냐”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는 “유권자들이 보기엔 (국회가) 한심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속 상임위가 정해지지 않아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의원실에선 “부처에서 해당 상임위도 아니지 않으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소규모 모임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교육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정두언·임해규·김선동·권영진 의원과 교육 소모임을, 최경환 의원과 에너지대책 공부를 하고 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임기의 절반 가까이 거리에서 보냈다. 장외투쟁과 천막농성도 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국회를 무력화하는데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는 헛도는데 의원 법안 제출은 활발한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현재 의원 발의 법안이 600여 건이다. 의원 입법 활동이 활발했다는 평가를 듣는 17대 국회 4년 내내 의원 발의 법안이 6300여 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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