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인물열전] ⑦ 네티즌, 왕기춘에 막말 '회손녀' 손봐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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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갈비뼈 투혼'을 보여준 왕기춘 선수에게 막말을 퍼부었다가 악플 융단 폭격을 받은 여성이 인터넷에서 화젭니다.

'고아라'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여성은 최근 왕기춘 미니홈피에 "아 왕기춘 도봉구의 수치여. 이 XX놈아 이원희가 널 얼마나 원망하겠니. 4년 후엔 원희가 나가서 금메달 따와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화가 난 네티즌들은 즉각 이 여성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악플로 맞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이 여성의 과거 글이나 일촌 친구를 검색하는 등 신변을 조사하기도 했지요.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해 알아낸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더욱 보란 듯 맞대응 했습니다. 막말의 강도를 높여나갔고 '욕 할테면 해봐라' 태세로 나왔습니다. 자신의 사진이라며 올린 게시물에는 “너무 예쁘니까 화나?”라고 적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자신을 욕하는 이들에게 '명예회손으로 고발하겠다'며 틀린 맞춤법으로 경고했는데 이 때문에 '회손녀'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게 됐습니다.

[출처=회손녀 미니홈피]

막말 주고 받기는 도를 넘어 심한 욕설에 이르는 등 공방은 뜨거워져만 갔습니다. 급기야 한 네티즌이 양보하고 물러설 것을 제안하자 '회손녀'는 1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왕기춘 선수에 대해서 욕 발언을 다이어리에 올린 것은 사실이며, 이로 인해 많은 네티즌이 화를 내신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사과 드린다”고 밝히며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회손녀’ 소동은 인터넷에서 한동안 회자될 것 같습니다. 익살맞게 꾸며진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가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이 여성의 미니 홈피는 '자숙(自肅)'이라는 문패만 달린 채 닫혀있다고 하네요. 정말 여러 사람 울고 웃기는 올림픽입니다.

김진희 기자

※ '인터넷 인물열전'은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선정해 한 명씩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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