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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천국다운 립싱크? 모든 개막식이 그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 어린이의 노래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짝퉁 천국’다운 발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입장할 때 어린이가 부른 노래‘거창쭈궈(歌唱祖國ㆍ조국을 노래하자)’는 TV 화면에 나온 린먀오커(林妙可ㆍ9ㆍ사진 오른쪽)가 아니라 양페이(楊沛宜ㆍ7ㆍ사진왼쪽)라는 사실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음악총감독 천치강(陳其鋼)이 털어놓았다. 양페이이는 목소리는 좋지만 얼굴이 통통하고 이도 못생겼다는 이유에서다. 린먀오커는 예쁘게 노래를 부르면서 흉내만 낸 것이다. 무선 마이크를 옷깃에 꽂고 나와서 마치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처럼 꾸몄다.

TV로 개막식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올림픽 주경기장에 입장해 있는 관중들은 어떻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까.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거의 대부분 미리 녹음해둔 음악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린먀오커와 양페이이의 경우는 립싱크를 하면서 목소리 주인공까지 바꿔치기 했지만 린먀오커의 노래 뿐만 아니라 개막식에서 연주하는 모든 음악이 립싱크라는 얘기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팡파르, 선수입장 음악, 올림픽 찬가, 중국 국가, 개막식 행사용 음악 등이다. 주경기장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을 마이크로 잡아서 이를 다시 경기장 곳곳의 스피커로 내보내려면 매우 복잡하다. 육상 트랙을 따라 타원형으로 설계된 올림픽 주경기장에선 본부석과 맞은편 스탠드가 아닌 좌우의 가장 자리에선 메아리(에코)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쉽게 말해서 같은 음악이 상당한 시간차를 보이면서 두 개로 겹쳐 들린다는 얘기다. 현장의 음악을 스피커로 내보내는 작업은 마이크 접속 불량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방송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리 녹음해 둔 음악을 틀고 연주자들은 현장에서 흉내만 내는 게 안전하다.

그렇다면 미리 녹음해둔 음악을 어떻게 내보낼까. 주경기장 음악 주조정실에서는 스타디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로 디지털화된 음향 신호를 내보낸다. 이 음향신호는 스피커의 위치에 따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내보내기 때문에 관중석에서는 메아리(에코) 없이 깨끗하고 명료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첨단 디지털 장비 덕분에 연주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소리가 오는 것 같은 방향 감각까지 느낄 수 있다. 양페이이가 미리 녹음해둔 음악이 스피커로 나오고 있었지만 관중들은 마치 린먀오커가 서있는 위치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얘기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화려한 막을 올린 디지털 북의 합주에선 연주자들의 귀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미리 녹음해둔 음악에 맞춰 디지털 북을 두드렸다. 북소리도 현장의 소리가 아니라 미리 녹음해둔 것을 튼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개막식 음악은 모두 미리 녹음한 것을 틀었다. 서울시향, 육군본부 군악대, 팡파르단 등이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유니폼을 입고 악기까지 들고 자리를 잡았고 지휘자까지 나와서 지휘봉을 흔들어 댔다. 연주자들은 나팔을 입에 대고 연주하는 시늉만 했을 뿐 소리는 내지 않았다. 경기장 곳곳에 분산된 스피커에서 미리 녹음해둔 음악이 주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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