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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촌티’벗고 복학생 ‘멋짱’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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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그맨 유세윤은 ‘개그 콘서트’에서 촌스러움의 극치인 ‘복학생’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다. 어색하게 힘을 준 머리 스타일하며 빨간 목폴라에 어색한 청바지 차림으로 복학생 스타일을 강조했다. 한창 나이에 사회와 격리된 채 감각을 잊었었기 때문일까. 이렇듯 ‘복학생’이란 단어는 늘 촌스러움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요즘 캠퍼스에선 이런 복학생 차림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복학생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촌스러운 복학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스타일 신경 쓰는 신 복학생

복학생 김태환(25)씨는 “요샌 군대에서도 남성 패션 잡지 같은 것을 굉장히 많이 본다. 군에 있을 땐 개그 프로그램에서 복학생 보면서 남 얘기 같아 웃기만 했었다. 하지만 전역하고 나니 스타일에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전역을 하고 올해 초 대학에 복학한 허인철(25)씨 역시 “전역 후 옷장을 열었더니 ‘전엔 어떻게 이런 옷들을 입었을까’ 싶을 만큼 입을 옷이 없더라. 겨우 2년 지났을 뿐인데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나만 빼고) 다들 옷을 잘 입는 것 같고, 옷을 잘 못 입으면 어린 후배들과 친해지기 어렵고 연애도 못할 것 같다”며 “그래서 요즘엔 여동생한테도 이거 어떠냐 저거 어떠냐 많이 물어보고,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입은 옷 중에 괜찮은 것들을 기억해뒀다가 산다”고 말했다.

요즘의 복학생들은 왜 이전과는 다르게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졌을까. 취업포털인 ‘커리어’ 홍보담당 문지영씨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면접 때 작은 요소 하나에도 신경 쓰는 수험생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씨는 “대개 취업 면접에서 실제 평가 항목엔 패션이나 스타일 요소가 들어 있지 않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패션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사이트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구직자 3명 중 2명은 “면접 시 내가 스타일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현재의 20대 중후반 세대는 외환위기를 직접 겪지 않고 오히려 그 이후 경제 회복기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스타일과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이 이전의 복학생들과 다른 특징이다. 홍익대 간호섭(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경제적 배경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인터넷이나 TV 등 매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군이라는 조직 내에서도 개인의 개성을 받아들이는 민주적인 분위기가 된 것도 이 세대가 패션에 관심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복학생에 어울리는 캐주얼 브랜드 쏟아져

20대 중후반 남성의 스타일 열기는 시장 판도도 바꿔놓았다. 2년 전 전역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취업을 준비 중인 이성일(28)씨는 “처음 복학했을 땐 막상 멋을 내고 싶어도 마땅한 옷이 없어 고민이었다”고 했다. “너무 어린 학생처럼 입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직장인처럼 입기도 애매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최근 패션 업계는 앞다퉈 20대 중후반 남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런 경향은 올해 초 삼성디자인연구소가 내놓은 ‘07/08 패션시장 분석’이란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캐주얼 시장이“20대 후반 스타일리시 캐주얼로 트렌드 중심 이동” “연령대를 높인 비즈니스 감성의 스타일리시 캐주얼 부상”이란 트렌드 분석을 소개했다.

20대 중후반 남성 타깃의 브랜드인‘코데즈컴바인포맨’의 판매사원 박선귀(29)씨는 “이전에 ‘이지 캐주얼’이라 부르는 것과는 다른 컨셉트의 남성 브랜드 론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캐주얼로 승부하던 브랜드에서 연령대를 높이고 디자인을 색다르게 바꿔 내놓는 것”이라고 최근 경향을 설명했다.

“여성복 라인보다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남성복”이라고 브랜드를 소개한 ‘카이아크만’의 오승희(35)씨는 “20대 중반 남성이 입을 옷이 딱히 없었다. 대안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이 나왔지만 너무 점잖았다. 요즘 20대 중후반 타깃의 브랜드는 비즈니스 캐주얼보다는 경쾌하고 감도를 더 높인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런 추세는 국내 디자이너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신진 디자이너로 분류되는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은 최근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기성 디자이너와는 다르게 20대 중후반을 타깃으로 한 감각적인 의상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강승민 기자 남윤서(서울대 국어교육 3년) 인턴기자

복학생을 위한 제안“이런 스타일 어때요”

1. 조금 불편해야 멋지다

‘편안함’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면 멋을 내기 힘들다. 재킷 하나를 골라도 펑퍼짐하게 걸치는 것보다는 어깨와 허리선이 몸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 것을 골라야 복학생티를 벗을 수 있다.

2. 기본에 충실하라

변화무쌍한 스타일 트렌드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기본을 지키는 스타일이 멋지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피케셔츠만이라도 밝고 경쾌한 느낌의 줄무늬로 고르는 감각을 발휘해 볼 것.

3. 변화를 두려워 말라

‘너무 튀지 않을까’ 고민만 하다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다. 먹어본 사람이 제대로 된 맛을 구별해 낼 수 있듯 옷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취향과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매장 마네킹에 입혀 놓은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해당 브랜드에서 가장 추천하는 스타일을 신경 써 입혀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 액세서리 하나가 감각이다

배낭 말고도 가방의 형태는 많다. 기본을 지킨 차림새에 요즘 유행하는 커다란 남성용 ‘토트백’으로 스타일 실험을 해보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액세서리만으로도 감각을 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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