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반말 쏟아내는 올림픽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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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아!”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응원단인지 해설자인지.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림픽 중계 방송의 ‘흥분 중계’가 도마에 올랐다.

12일 오전 박태환이 출전한 자유형 200m 결승 경기 해설을 맡은 SBS 김봉조 해설위원은 방송 시간의 상당 부분을 “예” “네” 하는 추임새로 소비했다. “태환아! 힘내자”며 사석에서 하는 듯한 말을 하더니, 경쟁자인 “펠프스!”를 외치고는 할 말이 없어 “힘내라!”라고 외치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추임새 위주에 막말, 오보까지=김 위원은 10일 박태환의 400m 결승전 중계 중에도 해설 대신 감격에 겨운 괴성만 토해냈다. 함께 진행하던 배기완 캐스터는 “울어도 좋아요!”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MBC의 경우 박태환의 지도를 맡았던 박석기 해설위원은 박 선수가 선두를 치고 나서자 “세계신기록!”을 연발하며 사실 관계가 다른 해설을 했다. 박 선수의 우승 기록이 호주의 이언 소프가 달성한 세계기록인 3분40초08보다 1초78 뒤졌다는 의미의 ‘+1.78’ 자막을 잘못 읽은 실수였다. 50m 구간마다 반복된 박 위원의 실수는 이후 MBC 재방송 방영분에서는 무음 처리됐으며 박 위원은 이날 저녁 방송을 통해 실수를 사과했다.

KBS 안창남 해설위원도 10일 경기에서 “안전빵” “매운 고추가 매운 법” 등 방송에 부적합한 용어를 구사하거나 실언을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심권호 SBS 레슬링 해설위원의 경우 막말과 반말 방송으로 비난을 샀다. 12일 정지현 선수가 출전한 그레코로만형 60㎏급 경기에서 심씨는 감독이 선수에게 지시하는 양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외치거나 방송 중 “에이씨”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실속 없는 스타 모시기 경쟁=MBC는 11일부터 유도 선수 출신 이종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를 유도 왕기춘 선수 경기의 객원해설자로 영입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일찍 승부가 난 데다 재일교포 4세인 추씨의 한국어 실력이 어눌해 거의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MBC의 올림픽 게시판에는 “개인적으로 추성훈을 좋아하지만, 추 선수의 어휘력이나 말하기 능력을 봐서는 해설이 힘들다”며 “차라리 일본어로 해설을 시키고 통역하는 게 나았을 것”(아이디 lolkim)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MBC는 추 선수에 이어 13일 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 강병규씨를 한·미 야구 예선전 특별해설위원으로 기용키로 했다.

◇“흥분은 시청자가 해야”=재미있다는 반응도 있다. “심권호는 선배로서 감정이 이입된 해설을 해서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감정 실린 해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국 채널로 보면 될 것 아닌가”(아이디 rope557), “말실수와 흥분하는 목소리가 보는 맛을 느끼게 한다”(아이디 libe326) 등의 의견이다.

그러나 동아대 정희준(스포츠사회학) 교수는 “캐스터는 경기 내용을 전달하고, 해설자는 전문지식을 보충해 줘야 한다. 요즘 스포츠 중계는 주객 전도가 돼 시청자들이 화면을 보고 듣는 즐거움을 빼앗아가 버린다”며 “경기를 이끌어 갈 준비 없이 소리만 지르는 중계는 해설이라기보다는 ‘아수라장’이었다”고 꼬집었다.

권근영·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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