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이성주.임종필 듀오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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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부분의 독주회 프로그램은 가벼운 소품과 무거운 소나타를 곁들여 감동을 고조시키는게 보통이다.그러나 지난 23일 호암아트홀에서 이성주.임종필 듀오 콘서트는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을 한 무대에 연주하는 정공 법(正攻法)을 택했다.
단순한 기교나 선율의 차원을 넘어 삶의 무게를 실은 깊이있는브람스라면 연주자.청중 모두에게 대단한 인내심을 요하는 레퍼토리.어차피 「귀있는 자가 듣는 음악」이 실내악이라면 군더더기를제거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첫곡 소나타 A장조에서는 단순함과 여성적인 달콤함을 잘 표현했으나 피아노와 조율이 맞지 않아 다소 귀에 거슬렸다.1악장이끝난 후 다시 조율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1번 G장조에서는 브람스 특유의 바로크적인 직선 구도를 감싸안는 낭만적인 곡선 구도를 다채로운 뉘앙스로 표현해냈다.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떨어지는 그런 표정을 잘 그려냈다.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는 다양한 톤의 구사로 장 점을 십분 발휘했다.
또 피아니스트 임종필은 바이올린의 음향에 눌려 수줍은 연주를들려주었지만 투명하고 단순한 선율과 얇은 톤 속에 감추어진 낭만적 정열을 제대로 그릴 줄 아는 음의 화가였다.반주의 차원을넘어 2중주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군데군데 다소 무뎌진 음정과 톤은 마지막곡 제3번 d단조에서「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악상에다 거침없는 「질풍노도」의 스타일은 중견 연주자의 그것과 호흡이 잘 맞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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