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잘 싸웠다…남현희 값진 은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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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베이징 국립컨벤션센터 펜싱홀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발렌티나 베잘리에게 금메달을 내준 남현희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27.서울시청)가 여자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땄다.

남현희(4번 시드)는 11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잘리(2번 시드)를 만나 4초를 남기고 통한의 역전 투슈(유효타)를 허용하며 5-6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이로써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여자 선수가 됐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플뢰레의 김영호가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여자 선수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한 이후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남현희는 이와 함께 김영호와 2000년 시드니 대회 남자 에페에서 동메달을 딴 이상기와 함께 한국 펜싱 사상 세 번째 메달이자 첫 번째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남현희는 2000년 시드니 대회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을 모두 따낸 '펜싱 여제' 베잘리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1세트와 2세트 지루한 탐색전을 펼치던 두 검객은 3세트에서 승부를 결정했다.

4-4로 맞선 채 들어선 3세트에서 남현희와 베잘리는 2분이 넘도록 공방을 펼쳤다.

먼저 흐름을 깬 것은 남현희였다. 3세트 1분 가량을 남겨두고 재빠른 생플 아탁(단순 찌르기)으로 5-4로 앞서나간 남현희는 그러나 30여초를 남겨두고 베잘리에 마찬가지로 생플 아탁으로 점수를 내줘 동점이 됐다.

승부는 경기 종료 4초를 남겨 두고 갈렸다.

서로 칼끝을 부딪히며 탐색전을 벌이던 베잘리는 기습적으로 팔을 뻗어 남현희에게 속임수 없는 생플 아탁을 다시 시도했고, 허를 찔린 남현희는 칼을 들어 막아보지도 못한 채 역전을 허용했다.

남현희는 2초를 남겨두고 마지막 칼날을 베잘리에 겨눴지만 칼끝이 플뢰레의 유효면인 몸통을 빗나가 하반신을 찌르는 바람에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앞선 세트에서 크게 밀리던 흐름을 뒤집은 남현희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미소를 띤 채 여유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남현희는 처음부터 빠른 발놀림으로 베잘리를 현혹했지만 상대의 파라드(막고 찌르기)와 콩트르 식스(돌려 막고 찌르기)에 당해 0-3로 1세트를 끝냈다.

2세트 들어 여유를 찾은 남현희는 2차례 깨끗한 투슈(유효타)를 적중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날카로운 파라드로 3-3 동점을 만들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남현희는 앞서 준결승전에서는 이탈리아의 베테랑 죠반니 트릴리니(1번 시드)를 15-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스가와라 지에코(일본), 16강에서는 바르넬라 바르가(헝가리)를 차례대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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