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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春困症-봄철 나른하고 졸음이 오는 증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식곤증(食困症)은 식사후에 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오는 증세다.그런데 봄만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증세가 있다.괜히 여기저기 몸이 아픈 것 같고 나른하며 졸립다.이름하여 춘곤증(春困症)이다.
이미 설명한 「일장춘몽(一場春夢)」의 고사가 있다.인간의 부귀영화(富貴榮華)도 알고보면 「덧없는 한때의 꿈에 불과하다」는뜻이다(95년4월27일자「一場春夢」참고).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지섣달 긴긴밤에 꾸는 꿈이라면 그나마 영화 (榮華)도 길으련만 나른한 봄날 春困症 때문에 꾼 꿈은 그야말로 잠시가 아닌가. 맹호연(孟浩然.689~740년)이라면 당나라 때 사람으로 전원(田園)과 은둔(隱遁)생활을 주로 읊은 시인이다.어느 봄날 春困症이 찾아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만 아침 동이 트고서도 한참 있다가 일어났다.알고보니 간밤에 비가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맑게 갠 봄날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상큼했으며 여기에 새 소리까지 들려오니 얼마나 운치가 넘쳤겠는가.그래서 즉흥적으로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썼다.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곤히 자다보니 날새는 줄 몰랐네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여기 저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밤새 비바람 몰아쳤는데 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유명한 「춘효」(春曉)라는 오언절구(五言絶句)다.나른한 봄날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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