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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太주둔미군기지를가다>2.미국 태평양함대 사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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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 태평양전력의 주력은 단연 해군이다.역대 미 태평양사령관(CINCPAC)의 대부분이 제독(대장)출신이다.
진주만 동편 마칼라파 분화구에 위치한 미 태평양함대사(PACFLT).지상 최대의 해군사령부인 태평양함대사는 냉전후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자리잡은 미국의 「힘」을 상징하고 있다.
5척의 원자력잠수함을 포함,48척의 잠수함과 7척의 항공모함등 총2백60척의 각종 함정과 1천6백대의 항공기,총21만명에이르는 병력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한반도 주변에 긴장이 고조될때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항모 인디펜던 스호도 태평양함대사 관할이다.미 전체 해군전력의 50%가 태평양함대사에 집중돼있다는 사실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쏟는 미국의 관심을 대변한다. 호놀룰루 국제공항 위쪽으로 뻗은 1번 하이웨이를 서쪽으로 달려 10분쯤 가면 니미츠 게이트에 이르게 된다.태평양전쟁 당시 명성을 떨친 니미츠 제독의 이름을 딴 정문을 통과,함대사 영내에 들어서면 코발트빛 진주만이 바로 코앞이다.
잔디밭과 곳곳에 우거진 야자수 사이로 정박중인 함정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1941년12월7일 일본 전투기 3백50대의 기습공격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던 날 아침에도 진주만은 이렇게 평화로웠다.기항중인 9천6백급 구축함 조신 호(조신은 함경남도 장진의 중국식 발음)의 갑판에 올라서자 태평양함대사의웅자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진주만이 군항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된다.
한국전 당시 장진에서 벌어졌던 중공군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미군병사들이 「조신 소수(Chosin Few)」라는 생존자 모임을 결성한 것이 배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기자를 안내한 부함장 호드 중령은 설명한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 미 서부해안까지,남극에서 북극까지 끝간데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태평양과 인도양.세계 3대양중 2곳을작전책임구역(AOR)으로 맡고 있는 태평양함대사(사령관 해군대장)는 3함대와 7함대 등 번호가 붙여진 2개의 함대사령부와 함대해병사.수상함사.항공사.잠수함사.군수사 등 5개 기능사령부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한 7함대는 아태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미국의 상징처럼 돼있다.1950년9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던 7함대는 월남전과 걸프전에 주력군으로 참전했으며,특히 걸프전 때는 6개 항모전투 단을 이끌고2백여척의 다국적군 함정을 지휘하기도 했다.
총 6만여명의 병력(해군 3만8천명,해병 2만2천명)과 8만급 인디펜던스.니미츠 등 2척의 항모를 비롯,70여척의 함정과탑재기 등 4백50대의 항공기로 편성돼 있다.7함대사령관(해군중장)은 상륙전 기함 블루리지호(USS Blue Ridge-LCC19)에 승함,휘하 함대를 호령한다.
한반도 유사시 7함대는 한미연합사와 독립적인 측면지원 관계를갖는 것으로 돼있었으나 지난 94년부터 한미연합사 예하 해군구성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도록 지휘체계가 크게 수정됐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측 해군작전사령관은 한미연합 해군구성군 사령관 자격으로 7함대를 지휘하며 연합사령관에 대해 작전책임을 지게 된다.7함대사령관이 우방국 지휘관으로부터 직접 작전통제를 받아본 전례가 없을 뿐더러 같은 중장급이라는 사실을 들어 7함대측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 해군은 오는 98년 7함대에서 인디펜던스호를 퇴역시키고 2003년까지 로널드 레이건호를 취역시킬 계획이다.
호드 중령은 『함대사는 평시 미국과 우방의 이익을 보호하고 억제전력을 유지하다 유사시 신속히 전투태세로 전환,전승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임무로 하고 있다』면서 평상시 가장 중요한 임무로 미국과 아태 연안국을 잇는 해상교통로 확보를 꼽고 있다.미국의 전체 교역량 가운데 아태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안전한 해상무역로의 확보와 함께 중동산유국에서 아라비아해~인도양~남지나해를 거쳐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원유 수송로의 확보는 단순한 국익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생명 선인 셈이다.
진주만 안쪽 포드섬 곁에 있는 「USS애리조나 기념관」.미 해군은 1941년 일본군의 기습으로 침몰한 구축함 애리조나호의선체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해상기념관을 지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문객들 사이로 우뚝 솟은 성조기는 『진 주만을 기억하라』는 그날의 교훈을 태평양 바람에 실어 오늘도 묵묵히 전하고있다.
진주만(하와이 오아후섬)=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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