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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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6회 연속 우승한 한국대표팀의 주현정·윤옥희·박성현(왼쪽부터)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빈 기자]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은 주말, 대한의 젊은이들은 금빛 물살을 갈랐고, 금 과녁을 명중했으며, 세계 최강 선수들을 차례로 들어다 메쳤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초반, 대한민국 선수단은 잇따른 낭보를 전하며 주말 더위에 지친 국민에게 얼음물 같은 청량감을 선물했다.

‘마린 보이’ 박태환(19·단국대)의 손이 가장 먼저 터치 패드에 닿는 순간, 전국은 환호와 감동으로 물결쳤다. 미국·호주 등 서양인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남자 수영에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에서 우승한 것은 1936년 베를린 대회(일본 데라다 노보루, 자유형 1500m) 이후 무려 72년 만이다.

박태환은 10일 베이징 국가 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막판 맹추격전을 펼친 중국의 장린(3분42초44·2위)도 박태환을 따라잡지 못했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그랜트 해킷(호주)은 일찌감치 떨어져 나가 6위로 곤두박질쳤다.

초반 50m를 4위로 통과한 박태환은 100m를 넘어서면서 힘을 내기 시작해 150m 지점부터 선두로 나섰고, 이후 한 차례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우승을 확인한 박태환은 두 팔을 번쩍 들어 한국인 최초의 수영 올림픽 금메달을 자축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부정출발로 실격의 아픔을 당했던 소년 박태환이 4년의 절치부심 끝에 한국 수영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박태환은 이날 오후 열린 자유형 200m 예선에서도 전체 6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은 11일 오전 치러지고, 최종 8명이 결승에 올라 12일 오전 금메달을 다투게 된다.

여자 양궁도 신궁(神弓)의 위엄을 과시하며 88 서울 올림픽 이후 단체전 6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주현정(26·현대모비스)-윤옥희(23·예천군청)-박성현(25·전북도청)이 나선 한국은 10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을 224-215로 가볍게 따돌렸다.

9일에는 유도 60kg급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준결승까지 네 경기를 모두 한판으로 이긴 최민호는 유럽 챔피언 루트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와 맞붙은 결승에서도 2분14초 만에 호쾌한 들어메치기 한판승을 거뒀다.

한국은 10일 현재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종합 2위를 달렸다. 대회 나흘째인 11일에도 양궁 남자 단체, 남자 유도 왕기춘 등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정영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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