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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430억 달러 들인 중국 ‘파차이 올림픽’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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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림픽 개최의 대차대조표=개최 비용으로 따져보면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는 최근 올림픽 비용이 모두 431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산(150억 달러)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경기장 건설에 19억 달러, 도로·지하철 등 인프라를 짓는 데 409억 달러가 들었다.

BOCOG는 스스로 ‘경제적 올림픽’이라고 평가한다. 홍콩·마카오·대만 등의 후원금이 들어왔고, 선수촌, 미디어 빌리지, 올림픽 공원 등의 건설 자금은 모두 올림픽 후 사용하는 대가로 기업들이 냈기 때문에 비용을 상당히 절약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들어오는 돈도 꽤 된다고 한다. 우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받는 분배금이 11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엔 IOC가 올림픽 중계료로 받은 16억7000만 달러의 49%(약 8억 달러)와 삼성전자 등 올림픽 후원기업에서 받은 약 3억 달러가 포함된다. 주화 발행, 입장권 판매 등 자체 수익도 4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모두 15억 달러의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국가통계국(NBS)은 이런저런 계산을 두드려 보면 올림픽으로 300억 달러, 30만 명 고용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린시안펑(林顯鵬) 중국 국가체육총부 정보센터 부부장은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717억 달러(2003~2010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상당수 시설이 올림픽 후 ‘흰 코끼리(white elephant·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흰 코끼리는 큰 가치도 없는 데, 돈을 들인 뒤 처치가 곤란한 투자를 말한다. 올림픽 등 큰 경기를 치른 나라가 겪는 고질병이기도 하다.


◇올림픽 이후 경제는=벌써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과도한 올림픽 투자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골짜기 효과(valley effect)’ 가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런 시각에 반발한다. 1984년 LA 올림픽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다음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중국경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9%대로 예상했다. 2003년 이후 5년째 계속된 두 자릿수 고속성장은 주춤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경제)는 “중국 경제가 가라앉는다면 전 세계적 불황과 고유가 등 때문이지 올림픽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산적한 경제 현안들=지난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의 지도부는 지난달 상하이(上海)·산둥(山東) 등 지역을 순시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제대로 안 돌아가자 그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올 들어 성장률이 떨어지고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경기가 가라앉자 경기 과열과 물가를 동시에 잡겠다던 중국 정부의 방침도 바뀌었다. 물가는 잡되 경제성장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을 밀어붙이려면 부가 세를 내리거나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선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한진 KOTRA 중국팀 차장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철재 기자, 이석호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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