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19세 한국인 해커 일본 외무성 전산망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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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와대.안기부 등 정부 주요부처 고위공직자의 인터네트 비밀번호 파일이 해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해커가 외국 정부기관 및 대학.기업에 침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청 외사3과 해커수사대는 17일 일본전신전화(NTT)를 통해 일본 외무성 주전산망에 접속해 인터네트 홈페이지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문구를 편집.입력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崔모(19.자동차정비공).朴모(H대 컴퓨터공1)군 등 2명을 입건해 조사중이다.
국내 해커가 해외 전산시스템에 불법으로 들어갔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들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 및 기업체 27곳과 영국.캐나다 각각 한 곳에도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다. 崔군은 일본의 독도망언 이후 심한 분노를 느껴 오다 지난3월1일 3.1절을 기념해 인터네트를 이용,미국 모대학을 경유해 NTT의 하부시스템에 들어가 외무성시스템과 접속된 통신망을통해 일본 외무성시스템에 침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그러나 崔군은 자칫 외교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글을 남기지 않은 채 물러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崔군은 또 일본 교토(京都)대학 전산시스템 네 곳에도 침투해자료를 열람했으며 국내에서는 서울대 뉴미디어연구소와 모그룹 기계연구소 등 국내외 92곳에 들어가 자료를 열람하고 비밀번호 파일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崔군 등에 대해 전산망 보급확장 및 이용촉진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崔군은 고교 졸업후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기서 버는 수입 대부분을 컴퓨터기재 구입과 인터네트 사용료에 쓸 정도로 컴퓨터에 열중해 해킹실력이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B대 전산망을 검색하다 각대학 전산망을 점검중이던 경찰에 적발된 崔군 등은 침투한 전산망에 사전.사후 노출되지 않고전산시스템 프로그램 운용을 총괄관리하는 「시스템최고관리자 권능(root)」까지 확보해 내용의 삭제.변경까지 시도했던 것으로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92개 전산망에 침투한 외에도 비밀은닉 파일(섀도 파일)을 갖고 있으며 침투한 전산망의 비밀접속번호 등 각종 정보를 국내 해커동호회원들에게 전송해 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피해전산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를 확대키로했다.
이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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